시차는 하루아침에 극복되지 않는다. 자정 넘어 잠들면서 새벽 3, 4시면 눈을 뜬다. 실눈을 뜨고 시계를 확인하고 다시 감으면 한 시간쯤 더 자고, 그렇지 않으면 호텔 밖을 나선다. 호텔 밖을 나서는 건 보통 선의 주도 하에 현의 협조, 은의 동조가 따른다.
뮌헨에서 선과 현은 분명 다른 방에 잤음에 불구하고, 새벽 마실을 함께 나선다. 호텔 맞은편에는 올림피아파크(Olympiapark München)가 있다.
도이치 뮌헨: 올림피아파크(Olympiapark München)
선은 달리고 현은 그 뒷모습을 찍어 준다. 여기서도 기술이 들어간 느낌이다. 좀 길어 보인다. 증거와 증인을 토대로 새벽 조깅은 인정해 주기로 한다.
도이치 뮌헨: 올림피아 파크를 달리는 선
호숫가에서 오리도 보고, 벤치에 앉아 새벽 공기도 마시고, 선과 현은 다정하게 새벽 마실을 다녀온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도 아침 식사 전이다. 대체 잠을 자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눈을 붙여다가 돌아 누워 뜨고선 움직이는 건 아닐까.
도이치 뮌헨: 새벽 마실을 즐기는 현
호텔 아침 식사에 늑장을 부릴 이유가 없다. 호텔 로비 레스토랑은 제법 넓고, 사람도 많고, 뷔페는 같은 메뉴를 두 군데로 차려 놓아 동선이 많이 꼬이지는 않는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모닝커피는 기계에서 에스프레소를 두 번 내려서 담는다. 찐하게 마시고프다.
도이치 뮌헨: H2 Hotel München Olympiapark 아침 식사
동쪽 아닌 남쪽으로 선회
처음 계획은 잘츠부르크를 향해 동쪽으로 갈 참이었다. 하지만 지난밤에 맘을 바꿨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갔다가 인스브루크를 거쳐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다녀와서 인스브루크에서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은 하루종일 차만 타겠다는 의미라고 결론을 내렸다. 잘츠부르크냐 돌로미티냐에서 후자만을 고른 것이다. 멤버들은 한치의 망설임 없이 오케이 사인을 준다. 핸들 잡은 사람 마음이란다. 감사!
남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해서 운전하는 거리가 마냥 짧은 것은 아니다. 뮌헨을 출발해 이탈리아 돌로미티까지는 편도로 320 Km 정도. 서울에서 강릉까지 고속도로로 220 Km, 서울서 춘천까지 100 Km 정도 되니깐, 하루에 춘천 한번 가고, 강릉 한번 가는 걸 편도로 더한 만큼 가야 돌로미티에 도착한다는 의미가 된다.
Google Map: Munchen 發 Zirl 經由 Dolomiti 着
'돌로미티, 끝내 준다.'
'돌로미티 한번 가볼 만하지.'
'어? 돌로미티 간다고? 나도 가고 싶다.'
라는 주변인들의 칭찬과 호기심이 핸들을 남쪽으로 돌리는데 한몫했다. 어떤 경치가 기다릴지 궁금했다.
도이치 뮌헨에서는 호텔 체크인할 때 시티 세(City Tax)를 내고, 체크아웃할 때 주차비를 정산한다. 생각하지 않았던 소소한 비용들을 쓰게 된다. 티켓을 사거나 밥을 먹는 거 외엔 크게 쓰는 돈이 없다 보니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뮌헨을 나설 때는 은이 핸들을 잡기로 한다. 하루종일 운전해야 할 거리가 넉넉하니, 김기사는 좀 쉬게 해 준단다. 단,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 주기로 한다. 호텔 주차장 입구가 많이 좁은 관계로.
호텔 주차장을 나왔는데 큰 버스가 출구를 가리고 있다. 지하에서 네비가 잘 안 잡혀서 땅 위에서 세팅을 다시 해야 하는데 순간 어디에 차를 세워야 할지 머뭇거린다. 일단 도로로 차를 끄집어내지만 세우기 마뜩잖다. 운전자 바꾸랴 네비 세팅하랴 또 버벅거린다. 나가야 할 길 반대로 들어가서 돌아 나오긴 했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는 이탈리아로 가노라~
은의 첫 유럽 드라이브.
은이 운전하는 덕분에 곁에서 전경을 동영상으로 남겨 본다.
도이치를 달린다. 그리고 오스트리아를 달린다. 밋밋하던 풍경을 뒤로하고, 멋들어진 산군이 펼쳐진다.
남쪽으로 가다
호텔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도로 위로 나섰더니,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는데 시간은 오전 10시경. 달리던 중간 산중턱에 카페가 있어 잠깐 차를 세운다. 차를 세우고 가게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 아저씨가 스탠딩 간판을 흔들더니 손으로 엑스 자를 그린다. 오픈 타임이 아니란다.
커피 마시고 싶다에 꽂히니, 그것부터 해결하고 싶어 진다. 카페인이 날 부른다~
휴게소는 보이지 않고, 하늘은 끝내주게 청명하고, 직립 보행도 하고 싶고. 그리하여, 샛길로 빠진다. 네비는 잘못된 길로 빠졌다고 돌아가라고 딩딩거린다. 이럴 땐 사운드 오프.
Austria Zirl
산길을 내려오다 이름이 마음에 들어, 쓱 들어온 마을, Zirl. 인스브루크(Innsbruck)에서 서쪽으로 10Km쯤 떨어진 도시라고 한다. 커피 한잔 마시고 싶어 어느 호텔 레스토랑 및 카페 앞에 차를 세우는데, 조금 전 조식 서비스가 끝나서 잠시 문을 닫는다고 한다. 거절과 무관하게 그 앞에서 희를 피사체롤 두고 촬영 모드로 돌입한다.
Austria Zirl: 조용하고 이쁜 동네에서 잠깐 멈춰 서서 진지한 촬영 모드(과제: 길게!)
거절을 핑계로 동네 마실에 나선다.
Austria Zirl: 조용하고 이쁜 동네에서 잠깐 멈춰 서기 1
한적하고 깔끔한 동네에서 여유롭게 골목길을 걸어본다. 어느 집을 가든 정원에는 꽃이 피어 있다.
Austria Zirl: 조용하고 이쁜 동네에서 잠깐 멈춰 서기 2
네 사람은 산책을 즐기는 사이, 차를 마을 초입에 있는 마트 앞으로 옮긴다. 그리고 커피를 살 수 있나 들어가 본다. 오~ 마트 넓다. 게다가 베이커리 카페도 있다. 카페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없으니, 마트 음료 코너를 먼저 섭렵한다. 설탕 안 들어가고, 우유 안 들어간 시원한 커피는 없다. 뜨거운 햇살 아래 따끈한 아메리카노 외 방법이 없다.
과일 코너, 색깔에 반한다. 주황빛 가득한 살구, 빠알간 사과, 진자주색 자두, 컴컴한 블루베리, 붉게 영롱한 라즈베리, 붉은 빛 볼살을 드러낸 납작 복숭아. 맞다, 체리도 있다. 그리고도 이름 모를 과일들. 채소 코너에서도 알록달록한 아이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커피랑 체리랑 살구랑 납작 복숭아를 사들고 다시 탑승. 운전자 체인지.
인스브루크를 지날 쯤에 처음으로 톨게이트를 지난다.
처음 만난 톨게이트: 드디어 도로비 냄
통행료는 EUR 11. 숀버그(Schonberg) 톨게이트!
Austria: 숀버그 톨게이트 영수증(원본 vs. 파파고)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피자 먹기
조금 더 달려 이탈리아로 넘어가면서 톨게이트 한번 더. 여기서는 통행료 EUR 5.80. 키 큰 사람이 서서 통행료를 받고 잘 가라고 인사를 한다. 도로에서 사람 만나는 것도 반갑다.
Italy에서 Austria롤 다시 넘어오면서 낸 통행료(갈 때도 마찬가지 금액 냄)
도이치를 출발해 오스트리아를 지나고, 이탈리아로 들어선다. 도이치는 도이치답고,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답고, 이탈리아는 또 이탈리아다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같은 듯 다르다. 나라 이름을 달리 붙여 다르다고 느끼는 걸까 갸웃해 보지만, 말 그대로 다르다. 이탈리아로 넘어오면서는 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깎아지른 산이 쭉 늘어서 있다.
높은 산 중턱으로 집도 있고 길도 있고 차도 다닌다. 중간중간에 과수원이 보인다. 나중에 오라버니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인스브루크, 볼차노 쪽은 티롤 지역으로 사과가 유명하단다. 포도 농장도 심심찮게 보이고, 화이트 와인도 유명하다고 한다.
더 이상 살구만으로는 참을 수 없다. 점심 먹자.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피자 먹자.
뒷자리에서는 급하게 이탈리아에서 주차하는 법을 찾아서 알려 준다. 주차요원이 있는 게 아니라 주차 기계에서 주차 시간을 입력하고 직접 정산을 하는 방식이다. 눈치껏 해결하기로 하고 시내 중앙에 주차한다. 그늘 한 자락 없는 공간이다. 이탈리아 버전 햇살 통구이 투아렉을 기대한다.
Italy Bolzano: 시내 주차장 이용료
2유로 동전을 넣고 60센트를 내고 1유로 40센트를 되돌려 받았다는 의미. 물론, 처음 만난 주차기계랑은 뙤약볕 아래에서 다정하게 긴 담소를 나누었다. 카드도 된다 하고, 현금도 된다고 한다. 결국엔 현금으로 성공. 성공의 기억만 남겨 볼까 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선 자리에서 삥 한번 돌면 어느 각도에서든 피자집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착각이었다. 큰 빌딩 1층에 식당들이 있긴 한데 카페 같기도 하고 레스토랑 같기도 한데 선 듯 들어가지지 않는다. 결국 구글 지도에 찾은 평점 괜찮은 피자집까지 걷는다.
Italy Bolzano: 이탈리아 볼차노 쇼핑 타운
정통 화덕 피자의 느낌을 기대했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 프랜차이즈 스타일의 피자집이다. 건물 통로에 놓인 외부 테이블에 둘러앉아 피자와 음료를 즐긴다. 격하게 감동의 눈물이 나올 만큼의 맛은 아니지만, 우린 이탈리아에서 피자 먹었다!
Italy Bolzano: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피자 먹기
점심 먹고, 볼차노에는 안녕을 고하고 시내를 벗어나 위로 위로 달린다. 이제는 이탈리아의 알프스를 만나러 간다.
Italy Dolomiti
I think...
세 나라, 독이오! 귀에 익다. 독이오, 영프러. 세계사 시간에 외운 기억이 난다. 독일,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삼국동맹. 영국, 프랑스, 러시아 삼국협상. 1차 세계 대전은 삼국동맹과 삼국협상의 긴 전쟁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