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칠 Apr 27. 2023

홍어와 떡볶이와 마라탕

일본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11)


 일본행 비행기는 일요일 오후 비행기였다. 출발 하루전날 고모 집에 모여서 짐을 정리하다 당일 아침에 다 같이 출발하기로 했다. 아빠는 공항에서 우리를 마중하겠다며 나를 따라나섰다. 다들 잘 먹을 거라며 많이 삭히지 않은 홍어를 산다. 곧 출국인데 뭔 홍어를 사가냐고 타박했다. 내 생각과는 다르게 고모는 아빠를 반기는 만큼 홍어도 반겼다. 고모에게 전화로 아빠가 홍어를 사간다고 일러바쳤더니 미리 막걸리도 사두었다. 고춧가루 섞은 소금에 콕 찍어서 막걸리와 한 점 하니, 쿰쿰한 냄새가 심하지 않은 게 맛있다. 아빠, 홍어 산다고 혼내서 미안합니다.




 아빠 입맛은 종잡을 수 없다. 옛날엔 단 걸 싫어하더니 이제 마카롱 두 개는 거뜬히 자신다. 아빠는 본인이 치킨을 싫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매콤한 고추소스가 얹힌 치킨을 주문하면 뇸뇸뇸 잘 드신다. 치즈를 싫어한다고 주장하면서 치즈가루가 뿌려진 치킨을 또 뇸뇸뇸 잘 드신다. 또 아빠는 고모집에 갈 때마다 매운 떡볶이를 먹고 싶어 한다. 평소엔 떡볶이를 잘 먹지도 않는다.

이번엔 떡볶이 말고 다른 걸 먹어보라고 마라탕을 권했다. 고모집 근처에 기가 막히는 마라탕집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향이 진하고 햄이나 떡보다는 야채가 듬뿍 들어간 마라탕을 선호하는 우리는 그 집 마라탕만 먹는다. 기본 양고기 마라탕에 야채와 버섯을 더 추가하면 그날 점저(점심과 저녁)는 그거 하나로 해결된다. 아빠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마라탕도 좋고 떡볶이도 좋아 보인다. 내심 둘 다 주문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빠는 결국 떡볶이를 선택한다. 점심엔 홍어, 저녁엔 떡볶이를 먹었다. 




 공항에 도착했다. 출국심사장으로 향하기 전에 다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빠는 식당가를 훑더니 쌀국수가 먹고 싶다며 옆에 있는 나에게 소곤소곤했다. 나는 아빠의 엉덩이를 토닥여주며 할머니는 쌀국수를 싫어한다고 말했다. 결국 아빠는 점심으로 국밥을 먹었다. 식당에는 다른 메뉴도 있었는데 굳이 국밥을 골랐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당긴다더니, 국밥이다. 정말 알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즈메의 포스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