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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 Feb 12. 2023

스물 후반과 서른의 간극

주별 일상 기록기 - 2월 둘째 주

[오늘의 BGM : LUCY - 놀이]


1.

이번주엔 팀 저녁회식이 있었다. 필자는 회식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회사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 시기에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잔 돌리기’, ‘강제 2차’ 등 한국사회의 안 좋은 회식 문화를 경험하지 않아서 다행인 거 같다고 얘기해 주셨다. 지금 회사도 회식 문화가 좋은 편이라서 필자에게 회식이란, 회삿돈으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 날이면서도, 동료들과 평소에 하지 않았던 사람 사는 얘기들을 주고받는 시간이다.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

시시콜콜한 small talk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깊이의 삶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게 되는데, 타인의 삶 속에 있는 온갖 시행착오 중에서 마음에 와닿는 내용을 내 삶에 빗대어 보면서 삶의 궤적을 가늠해 보는 걸 좋아해서 평소보다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귀 담아두곤 한다.


이번 회식 때의 필자의 테이블은 나이, 결혼, 자기계발 이 3가지가 주요 키워드였다. 이번에 같이 얘기한 분은 스물 후반,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일찌감치 꾸리신 분이셨다. 한창 첫 회사에 익숙해질 무렵,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서 합격까지 해놓고, 아이가 생기면서 포기했던 일이 가끔 생각난다고 하셨다. 지금은 충분히 다양한 걸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나이니까, 시간이 흐를수록 하고 싶은 것과 별개로 지켜야 하는 일상이 커져가는데 이 모든 걸 적절히 맞춰가면서 하기가 어려워지는 때가 금방 오기 때문에, 어릴 때 좀 더 용기를 가지고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게 주요 맥락이었다.


사람마다 지나가는 세월을 바라보는 시각과 나이에 대한 관념이 다르지만, 필자도 어려서부터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해보는 걸 선호하는 성격이라서 해주신 얘기들이 많이 공감되었다. 필자에 빗대어보면, 언젠가 대학원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회초년생의 바쁜 일정에 가려져 언젠가는 할 후순위로 미뤄두고 있는 중이다. 그냥 공부를 더 하면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상상을 하곤 했는데, 지금까지 이를 구체화해 보려는 시도는 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에 많은 변화를 줄 일은 분명해서, 현실적인 방안을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회식 자리였다.


2.

“나이 서른 살 이래. 생각보다 나이 많네?” 어느 밴드 무대 영상을 보다가 멤버들 나이가 궁금해져서 검색해 본 뒤 동생이 외친 말이다. 필자는 스물 후반, 동생은 이제 막 스물 초반을 벗어난 나이로 4살 차이가 난다. 돌이켜보면 정말 스물 중반까지는 서른 살을 진짜 어른의 나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필자 기준에서는 한창 회사에서 이리저리 구르며 일을 하고 있을 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첫 번째 목표로 삼은 자산을 달성해야 하는 나이여서 더욱더 어른처럼 느껴진 것 같다. 불과 몇 년이 지난 지금의 생각으로는 그냥 하염없이 나이 먹다 보면 다가올 나이면서도, 그래도 한편으로는 어떤 의미로든 기념한다는 핑계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나이인 거 같다.


덧붙여 서른 살을 주제로 언어교환하는 미국 친구와도 얘기해 봤는데, 어디든 사람들 생각은 비슷하구나 느꼈다. 스물 후반인 그 친구도 예전에는 서른 살이라고 하면 늙었다는 생각부터 들었는데, 요즘은 그냥저냥 머지않아 다가올 나이구나 하면서 빨리 돈이나 많이 벌고 퇴사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이후 ‘대학생 때는 시간은 많은데 돈은 없고, 직장인이 되면 돈은 있는데 시간은 없다’고, 돈이 많으면 굳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그냥 매일매일을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시시덕 거리면서 우리 모두의 안녕과 다음 주를 기약하며 이야기를 끝냈다.


3.

이번주는 회사에서 비교적 최근에 입사한 사람들을 위해서 미니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 중 하나가 성장할 수 있는 회사라고 하는데, 본인들에게 성장이란 어떤 건가”라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필자는 딱 원하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평소에 스트레스받는 것 중 하나인 ‘모르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고 답변했다. 그 외에 인상 깊은 답변도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보다 회사가 나를 더 원하게 만드는 게 성장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회사를 내 삶의 사회적 도구 중 하나로 바라봤을 때, 이게 최고의 성장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기억나는 내용은 성장의 측면에서 젊은 사람들이 전문가, 관리자 둘 중 고르라고 하면 전자를 많이 고르는데, 관리자의 길도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같은 조직 생활의 끝은 결국 관리자의 역할에 달린 거고 전문성은 관리자가 되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회사 내에 다양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다졌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새삼 내가 학교에서 더 나아가 회사라는 조직 생활을 하고 있는 사회 구성원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금까지 막연한 개념으로 생각해 왔던 ‘성장’과 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성장’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필자가 지금까지 봐온 어른들 중에서 멋있다고 생각한 분들은 다 본인만의 철학과 일관된 생각의 흐름이 있는 분들이었는데, 이 부분을 마냥 스스로의 정의 없이 막연하게 생각만 해왔던 것 같다. 나의 삶을 꿈꾸는 시간을 앞으로 더 많이 가져봐야겠다.


4.

이번주도 드로잉 수업에 다녀왔다. 동생말로는 드로잉 수업 다니는 노력에 반만 들여도 몸 건강은 진즉에 챙겼겠다고 하는데, 하나라도 꾸준히 하는 게 어딘가! (2주 연속 링피트하기에 실패한 자)


이번주는 시간제한 없는 크로키 그리기 느낌이었다. 4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렸는데, 이제 어느덧 대강의 비율 잡는 건 스스로의 힘으로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디테일한 명암을 잡는 건 너무 어렵다. 뭔가를 생각하고 슥슥 선을 긋긴 하는데, 내가 생각한 그 명암의 느낌이 안 살아난달까. 덩어리감을 캐치하는 눈과 눈보다 더 빨리 따라오는 손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노력 없이 잘하는 천재가 되고 싶은 걸…. 다음 주는 드디어 진짜 기초과정 마지막인 인물 그리기다. 어떤 걸 그릴지는 미리 골라놨는데, 이번에도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거 같아서 기대된다.

그린 거 (왼쪽) 그릴 거 (오른쪽)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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