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미국 독점의 슈퍼컴퓨터 산업과 시장이 무너지면서 우리 팀의 업무 변화가 불가피 해졌고, 그에 따른 조직의 변동 가능성이 커져갔다. 뉴욕의 센트럴파크에 단풍이 물들기 시작할 때쯤 HR호출로 비밀회동 시 모였던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당으로 갔다. DIA 내부 우리 팀은 최소한의 인력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이외의 팀원들은 다른 조직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HR은 식당에서 조금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말해 주었다.
HR은 나에게 혹시 원하는 업무가 있냐고 물으면서 최대한 유사한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해줄 수 있다면 인공위성과 관련된 업무를 하고 싶다고 하였고 HR은 흔쾌히 가능할 것 같다고 하였다.
우리 팀은 우리 나름대로의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 이미 예견되고 준비된 상황이었겠지만 미국과 세계는 또한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늦가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얼마 전 소련의 고르비는 장벽이 무너질 때 소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자존심을 내세운 반면 그의 참모들은 수십만 명이 운집할 예정인데 위험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내부 대화를 담은 CIA 도청 내용을 비롯 곧 다가올 부시와 고르비의 냉전 종식을 위한 몰타 회담을 성공적으로 보이기 위한 시나리오를 접하면서 미국과 소련의 힘의 대결 구도였던 냉전이 실제로 끝나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럽에서의 동서 냉전시대는 막을 내렸고 실질적인 후속 조치들 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미국은 큰 전쟁에서 승리라도 한 것처럼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막강한 자유경제 체제의 미국을 소련은 극복할 수 없다고 미국은 생각했고, 냉전 종식에 따른 최종 승리는 미국이라고 생각했다. 탈냉전은 군비 축소와 함께 군사적 첩보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소련의 대결구도가 사라지는 분위기에서 군사적 중요도는 북한과 중동 그리고 중국에 치중되었고 나머지 많은 부서들이 재편을 거쳐 국내외 비군사적 정보 수집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우리 팀도 HR과의 개별 면담을 거쳐 인도, 독일, 일본 출신의 친구들은 기존의 슈퍼컴퓨터 관리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나와 쿠웨이트 출신 친구는 국방부로 스페인과 베네수엘라 출신 친구들은 함께 사무실을 사용하는 CIA에 파견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나와 쿠웨이트 친구만이 뉴욕 사무실을 떠나 국방부가 있는 버지니아로 떠나게 되었다. 뉴욕을 떠나기는 싫었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였고 배려해준 HR에게 감사하였다.
뉴욕 사무실로의 출근 마지막 날 저녁 모든 팀원 열명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새로운 일에 도전할 네 명의 친구들과 기존 업무를 진행할 세명에게 서로 행운을 빌어 주었다. 개인적인 시간들을 함께한 순간들은 적었지만 지난 2년간 경험하고 느꼈었던 긴장과 때론 두려웠던 감정들은 같았기에 아쉬움도 컸던 것 같았다. 서로 갈길은 달랐지만 언젠가 현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와 희망을 뒤로 한 채 4년 여간의 뉴욕 생활을 마치고 버지니아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