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펜타곤에서 새 임무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뉴욕에서는 차가 필요 없었지만 펜타곤이 위치한 버지니아에서는 주거지에 따라 차 없이는 출퇴근을 할 수 없었다. 뉴욕에서 받은 펜타곤 인근 아파트 정보를 가지고 아파트를 찾던 중 나는 버지니아가 아닌 조지타운 대학교 인근의 포토맥 강이 보이는 워싱턴 DC에 아파트를 얻었다. 적당한 차량을 구매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여 우선 렌트를 하였고 새 아파트에 필요한 가구나 집기들을 구매하고 정리하느라 정신없이 며칠을 지냈고 드디어 첫 출근할 날이 다가왔다.


1년 전 교육과 벌칙 수행을 위해 방문했었던 경험으로 헤매는 상황 없이 인사과를 찾아가자 함께 동행한 쿠웨이트 친구는 “Very good”을 연발하며 좋아하였다. 나와 마찬가지고 그 친구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규모와 복잡함에 놀라워하였다. 인사과에 들어가 ID 카드를 제시하자 새로운 보직과 내용이 적힌 서류를 내주었고 확인 후 서명을 하자 새로운 카드를 위해 사진을 찍고 새로운 ID 카드를 발급받았다. 이전 것과 바뀐 것은 소속뿐이었고 나머지 내용은 모두 같았다.


인사과에서 세 권의 책자를 주면서 지정한 사무실 번호로 가라고 하였다.

국방부가 아니랄까 봐 그런지 말투는 간단명료 하였고 약간은 퉁명스럽게 들리기까지 하였다. 지정된 사무실 번호를 찾아간 곳이 교육을 위한 방이란 것은 아주 익숙한 가구들과 인테리어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 명의 군복을 입은 군인들도 착석하고 있었다. 잠시 후 군복을 입은 두 명의 군인들이 들어와 호명을 하였고 인사과에서 받은 세 권의 책자에 대한 내용으로 교육을 시작하였다. 행동규범과 수칙에 관련된 책자는 교육까지는 아니었지만 과거 뉴욕 사무실에서 서명했었던 서류의 내용들보다 좀 더 강하고 구체적인 것들이었다. 나머지 두 권의 책자는 펜타곤 내에서의 전화, 팩스, 컴퓨터 사용 관련 매뉴얼과 출퇴근 요령 및 행동 규칙이었다. 예를 들자면 출퇴근 시 항상 같은 경로를 이용하지 말 것 등 가능한 최소한의 노출로 테러나 납치 가능성을 줄이라는 목적이었다. 마지막 책자는 펜타곤 내에서 화재나 테러 등 비상상황 발생 시 행동 수칙이었고 정기적인 훈련도 있다고 하였다. 민간인 근무자의 경우 본인이 희망에 따라 자기 방어를 위한 총기 훈련을 받을 수 있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특이했었던 것이 유언장 작성이었다.

기분이 묘했다. 예기치 않은 죽음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군대 깊숙한 곳에 와있다는 자각이 들면서 ‘이게 아닌데’라는 마음과 군인도 아닌 나를 전장에 보낼 일도 없을 것 같았고 냉전도 끝나가는 시기에 소련이 ‘Ground Zero’에 핵폭탄을 떨어뜨릴 이유도 없다는 안도감도 드는 복잡한 심정이었다.


교육이 끝나갈 무렵 여러 명의 사병들이 들어왔고 호명한 순서에 따라 지정된 병사를 따라 배정된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로 들어가자 앉아있던 여자 군인은 습관처럼 일어나 인사를 하였다. 인사과의 군인과는 다르게 친절하고 그 사무실의 책임자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내 눈에 보인 근무자들은 모두 군복을 입은 군인들만이 있었고 나와 같은 민간인은 보이질 않았다. 사무실의 책임자는 공군 대령으로 반갑게 맞아주며 기다리고 있었노라고 말하였다. 책상 위에 내 이름이 적힌 폴더가 있는 것으로 보아 나와 관련된 자료들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궁금하기도 하였지만 대령은 지금까지의 나의 업무 실적과 교육성적 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었고 앞으로 나의 업무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나의 보직은 DIA(국방 정보부)로 첩보위성에서 수집된 정보 분석이 나의 주된 업무였다.

나의 요청을 들어준 HR에게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방문한 사무실은 내 소속 담당 사무실이었고 내가 주로 근무할 장소는 지하에 위치한 모니터링 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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