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나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도전과 희망에 대해 의욕적이었지만, 호주 첫 교육 때부터 신기했었고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경험해 보고 싶었던 위성과 관련된 일에 나는 행복했다.
모니터링 룸의 견학을 마치고 소속 사무실로 복귀한 후 대령과 함께 점심을 하였다. 대령은 펜타곤 생활만 10년이 넘은 나름 터줏대감 같은 사람이었다. 대령은 본인의 펜타곤 생활 노하우로 과거 우리네 어머니들이 시집갈 딸에게 말해 주었던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을 연상시키는, 펜타곤 내에서 무엇을 보던 듣던 모른 척하라는 조언이었다. 내부 복도에서도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금기시하는 거대한 조직에서 모른 척하라는 이야기는 내가 펜타곤 생활을 하면서 대령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펜타곤 내 부서마다 접할 수 있는 정보의 깊이와 질이 다르기에 어떤 부서에서 어떤 말을 하던 그것은 그 부서만이 가질 수 있는 정보와 맥락이다. 각 부서들의 정보를 통합하여 소위 ‘War Room’(작전 회의실)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부서들마다의 의견이나 생각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없었고 레벨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정보를 다루게끔 업무적 배분을 하지 않았다. 즉 각 부서가 수집, 분석한 정보를 조각된 정보로 취급하고, 조각된 정보를 갖고 다양한 분석과 예측 및 정보의 상호 검증이 가능하도록 시스템화 되었다. 일종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1년 전 기초 교육을 받은 덕분에 2단계 교육은 업무를 보면서 매뉴얼로 대신하였다.
내가 배속된 모니터링 룸에서 30분 정도의 키보드 교육이 있었다. 기존 일반용 컴퓨터의 키보드와는 조금 다른 배열과 ‘F’ 키가 많다는 것 그리고 그 키들이 색깔별로 나누어져 있어 긴급상황의 경우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었다.
3개의 모니터링 룸들이 연결되어 있었고 각 룸마다 코드네임이 부착되어 있었다.
6개월마다 각 룸에 있는 전체 인원이 순환근무 형태로 각 룸에서 접하고 분석하는 업무들을 경험하고 숙지하는 방식이었다. 각 룸에는 수십 명의 군인들이 각자의 모니터를 주시하면서 근무하고 있었고 반원형의 전체 룸 정면에는 대형 스크린에 기본 8개의 분리된 화면으로 필요한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의 첫 번째 업무는 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분석하는 일이었다.
지역에 따라 24시간 또는 1~6개월 사이의 같은 장소나 지역의 사진이 상이할 경우 모니터 상에 나타나는 2개의 사진을 확인 바둑판 줄처럼 된 해당 칸의 가로와 세로줄이 교차하는 알파벳과 숫자를 입력하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기계가 분별해놓고 표시한 부분마저도 구분이 안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무서울 만큼 신기한 기술이 총망라된 장소였지만 사람의 눈으로 확인을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ELINT라 불리는 시스템은 미 정찰국(NRO)으로부터 오는 분별된 정보를 분석 후 필요한 부서에 전달되는 소프트웨어였다. 이를 위한 슈퍼컴퓨터는 IBM을 사용하였다. NRO는 모든 정찰 위성의 기획부터 발사까지 담당하는 부서로서 1992년에야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다. 몇 개의 정찰(첩보, 정보) 위성이 하늘에 떠 있는지는 극비 사항이라 알 수는 없지만 내가 접한 하늘 지도에서만도 400여 개 정도였으니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위성들이 지구를 감시하고 있는 셈이다. 20미터 길이에 직경 3미터 정도의 작은 기계이지만 기능에 따라 지상 사진, 전파탐지, 단층 촬영을 통한 지형 및 해저 분석 등 그 능력의 한계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코드네임 KH를 부여받은 약 5년 수명의 놀라운 성능의 정찰 위성이었다.
KH(KeyHole)은 모든 정찰 위성을 통칭하는 말 그대로 열쇠 구멍을 통해 엿본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니콘과 같은 일반 카메라 렌즈나 날씨의 영향으로 렌즈 촬영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한 전파를 이용한 수집 정보를 CCD와 같은 고성능 이미지센서를 이용 2D나 3D로 가공된 이미지들은 필요한 부서에 보내졌다.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서는 지상에서 특정 위성의 고도나 위치를 조정할 수도 있었다. 전파를 탐지하는 위성의 경우 지상의 레이더와 같은 전파 발신체의 모든 전파들을 탐지 암호를 해독하거나 감청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였다.
상대국의 위성과 지상 간의 통신을 감청하는 기술도 개발되었고 상대의 위성을 요격하는 위성도 있다니 우주전쟁이 시작되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모니터링 룸에서 군인들이 보고 있는 모니터에는 각자 맡은 구역의 항공기나 선박의 이동 궤적 등이 표시되어 있었고 어떤 모니터에는 열감지 영상을 통해 변화되는 영상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가끔 노란색 등이 깜빡이며 이상 징후 감지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 특이 상황이 아닌 하나의 해프닝으로 종결되었다.
내가 있던 옆 모니터링 룸에서는 북한 영변의 변화되는 모습에 지상 촬영 주기를 6개월에서 1개월 단위로 감시 체제를 변경하였다. 당시 북한은 영변 핵시설의 개발을 시작한 것이었다. 이때부터는 한국 평택과 오산 미군 기지에서 감청되는 내용도 분석되었고 가끔 내게 녹음된 내용이 제대로 번역된 것인지 확인을 요청하는 일도 많아졌다.
폭발음이 녹음된 오디오 정보와 함께 건물 한쪽으로 높아져 가는 흙더미 사진으로 지하 시설을 만들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고 흙더미 부피와 트럭으로 입고되는 골재나 건자재들을 계산하여 그 규모를 파악하기도 하였다. 이런 식으로 모아지고 분석된 정보들은 필요시 ‘War Room’이라 불리는 작전 회의실 상황 스크린에 보이면서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하듯 모든 경우의 시나리오와 그에 따른 시뮬레이션들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