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H와의 마지막 포옹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연중 온화한 변화 없는 기후로 지금까지 사계절이 뚜렷한 곳에서 생활했었던 나로서 1996년 새해의 날씨가 따뜻한 것에 적응이 잘 안 되었다. 계절의 변화가 없다 보니 똑같은 일상 속에 시간의 흐름을 잘 못 느끼고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의 원하지 않았던 순간들로 인한 트라우마도 나름 극복하고 있을 때에 H의 연락을 받았다.

세 가족이 휴가를 맞아 로스앤젤레스로 온다고 하였다. 아들인 M에게 디즈니랜드를 구경시켜 주고 싶은 것이 목적지를 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고 하였지만 나는 H의 마음을 알았다.


나는 케냐 여행을 생각하며 H가 내게 베풀어 주었고 지금 마음을 써주고 있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나는 디즈니랜드 안에 위치한 호텔을 예약해 놓고 LAX로 마중을 나갔다. 당시 디즈니랜드 호텔은 미키마우스나 도달드덕 같은 디즈니의 대표적인 캐리터들을 이용한 객실들이 많았었다. H의 아들인 M이 어떤 캐릭터를 좋아할지 알 수는 없었으나 H와 J는 디니즈니 캐릭터들과 자라온 세대였기에 나의 결정은 의외로 쉬었었다. 입장 시간에 맞춘 줄 서기도 필요 없었고 투숙객을 위한 이용권 혜택도 많아 모처럼만의 세 식구 휴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었었다.


H, J, M을 보자 나는 오랜만에 가족을 만난 사람처럼 크게 손을 흔들며 반가워하였고 나를 발견한 H의 아들 M은 달려와 내 다리를 붙잡고 반가움을 표시하였다. M을 안아 올리자 M은 내게 “I want to go to Disneyland”라고 하며 아빠와 엄마는 비행기 안에서 갈 수도 안 갈 수도 있다라말에 크게 실망한 듯 보였다. 나는 마이클에게 작은 소리로 “넌 무조건 갈 수밖에 없어”라고 대답해 주었다. 생각보다 많은 짐에 로스앤젤레스로 이사 오는 거냐란 농담을 건넸고 “너도 애기가 생기면 어쩔 수 없을 거야”란 J의 답에 나는 “No, No”라고 답하면서 모두들 웃어댔다.


LAX(로스앤젤레스 공항)을 빠져나와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애너하임’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접어들자 본인이 예약해 놓은 방향이 아닌 것을 알아차린 해리는 어디로 가냐고 물었고 나는 디즈니랜드로 간다고 답하였다. H는 호텔로 먼저 가서 체크인을 한 후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하였지만 나는 내가 운전자니 탑승한 차량에 내가 안내하는 목적지까지 얌전히 있어달라고 하였다.


개장 시간 전 디즈니랜드에 도착하여 호텔로 들어가자 J은 H에게 디즈니랜드 호텔이 맞냐고 물었고 H는 이 호텔이 아닌데라고 말하였다. 나는 해리에게 해리가 예약한 호텔예약은 내가 취소하였고 이틀 동안 이 호텔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였다. H는 어떻게 내 예약 상황을 알 수 있었는지와 본인이 아닌 제 3자가 취소할 수 있었는지 내게 물어보았다.


나는 내가 어디서 일하는지 그리고 그 회사가 개인신용 정보와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있는지 알고 있느냐고 답해 주었다. 머리가 좋은 H는 나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그것은 범죄행위라고 말하였지만 나의 대답은 “I don’t care”였었다. 사실 상관하지 않았던 이유는 내 자신은 이미 그때 나의 미국 공무원 생활 시한을 미리 정해 놓았을지도 몰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네 명은 맛있는 점심을 먹고 마이클이 그토록 가고 싶었던 디즈니랜드로 들어갔다. 그 안에서 만큼은 아이들의 천국이었고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는 꿈의 동산이었던 곳이었다. 이틀 동안의 디즈니랜드 여행을 마치고 우리들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는 할리우드로 향하였다. 영화 세트장을 비롯하여 영화의 명장면들을 테마로 각종 쇼를 보여주는 디즈니랜드보다는 역동적인 곳이었다. H와 J는 연일 즐거워하며 남은 휴가일정을 보냈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LAX로 향하던 차 안에서 H는 내게 누가 뭐라 하든 끝까지 버티어 주기를 부탁하였었다. 공항에서 아쉬운 작별을 하며 나는 M에게 다시 보자라고 하였고 M은 Gene삼촌이 최고라며 그 나이 또래의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신적으로 많은 안정이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H의 가족에게 정말 감사한 마음이었다.



알링턴 국립 묘지
H와 J 그리고 M과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와 아쉬움을 대신하였지만 M과는 그 순간이 이 생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었다.
이전 15화79. 떠날 때를 직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