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 떠날 때를 직감하며...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1995년 10월 말경 펜타곤으로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출장 지시가 왔다.


사우디아라비아 군대를 교육하는 미군 훈련소 내 위성 수신 장치와 관련된 교육을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TRW에서의 근무 태도는 아마도 ‘0점’이었을 것 같다. 그래서 재정비를 시키기 위한 외유였으리라 짐작된다.


펜타곤에 있을 때 얼굴이 익은 공군 대위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인 리야드에 도착하였다. 이튿날부터 공군 담당자들에게 설치된 기계의 작동 방법과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한 결과 분석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였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주둔하고 있었던 공군 부대들 중 전략물자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던 부대가 있었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지역의 유사시 필요한 전략적인 배치였다. 그런 이유로 통신을 이용한 정보 입수가 아닌 직접적인 위성 정보 습득을 위해 시스템을 갖춘 것이었다. 리야드 시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지만 상당한 규모의 시설을 갖춘 곳이었다.


2주간의 일정이 마무리되어 가던 오전 1995년 11월 13일 교육을 일찍 마친 나는 점심 대신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위해 단지 내 숙소로 가기 위해 빌딩을 나왔고 미국에서 함께 동행했던 대위는 점심을 먹기 위해 카페테리아가 있는 건물로 향하였다. 나는 대위에게 맛있게 식사하라는 인사를 하였고 대위는 컨디션이 안 좋으면 의무실을 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오후 교육시간에 보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몇 분 정도였을까 내 등뒤에서 내 고막을 찢을듯한 ‘쾅’하는 폭발음과 함께 나는 반사적이던 물리적인 힘에 의한 것이던 바닥에 엎드리고 말았다. 순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인근 주차되어 있던 차량들의 도난방지 경보음과 함께 정신을 가다듬은 나는 굉음이 난 뒤쪽을 돌아보았다. 주변은 온통 먼지 같은 것이 뭉게구름처럼 지면으로부터 퍼져 올라가고 있었고 그 뒤편으로 밝은 오렌지 색의 불길들이 춤추고 있었다. 나와 헤어진 대위가 걸어가고 있었던 카페테리아가 위치한 건물 방향이었다. 내가 훈련받은 매뉴얼대로 따라 하자면 무조건 그 지역을 벗어나는 것이었지만 당시 내 감정은 이성을 뛰어넘어 불길이 치솟고 있는 쪽으로 향하였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었지만 도와달라는 소리는 지를 수 있었다. 얼마 후 수많은 군인들이 혼비백산하는 모습과 몇몇 사람들이 들고 온 소화기로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고는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얼마 후 소방차와 앰뷸런스들이 도착하였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고 나는 그 광경들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소방차들의 진화로 불은 꺼졌지만 그 현장에 다가갈수록 화재에 따른 매캐한 냄새로 인하여 숨을 쉬기가 힘들었었다. 무너진 건물과 그 사이에 보이는 시신들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처참한 모습들이었다.


▲1995년 11월 13일 = 리야드에서 미군이 운영하는 군훈련센터 근처 주차장 폭발로 미국인 5명, 인도인 2명 사망, 60명 부상 (서울=연합뉴스)



전쟁이던 테러이던 그 결과의 참혹함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말할 자격이 없을 것 같다. 나는 폭발에 대한 트라우마를 안은채 곧바로 미국으로 돌아왔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TRW 사무실로 복귀하였다.


그 후 꿈이나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나는 마음속으로 여기 까지라는 생각을 계속하게 되었다.

1995년도 저물어 가고 있었다. 야자나무가 가로수로 있는 따뜻한 곳에서의 어울리지 않는 크리스마스를 두통과 악몽으로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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