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한국인으로 부끄러웠던 기억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정확하게 어느 때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1994년 또는 1995년에 일어났었던 일이 생각난다.

저녁 자리에서 만났었던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의 영사와 관련된 일이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어 내 직장 소속과 업무에 관해 알게 된 영사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하였다.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관련 국회의원들이 방문하게 되었는데 본인의 의전 일정이 겹쳐 내게 로스앤젤레스 공항(LAX)에서 Century Plaza Hotel 까지만 동행을 부탁하였던 일이었다. 내 근무 사무실이 공항과 그리 멀지 않았었고 나름 친하게 지내고 있었던 영사의 요청이라 흔쾌히 받아들였었다. 공항에서의 이동과 호텔 예약 및 방문 일정은 모두 영사관에서 준비한 상황이었고 나는 그저 국회의원들을 Century Plaza Hotel까지 데려다만 주면 되는 일이었다.

Century Plaza Hotel


내가 한국어가 통하는 한국 사람인지 다른 나라 사람인지 상관없이 공항에서 호텔까지만 안내하면 되는 일이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가는 도중에 이동 차량에 대한 불만과 함께 영사관에서 그 누구도 얼굴을 안 비친 괘씸함까지 자기들끼리의 대화에서 그 수준을 알 수는 있었지만 그날 밤 호텔로부터의 연락을 받고 도착했을 때의 그 충격은 글로는 표현이 안된다.

왜 국회의원들이 그 호텔에 그것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펜트하우스에 묶으려고 했었는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김영삼 대통령이 방미 기간 중 묶었었던 호텔과 방이었다는 이유였다. 국회의원들을 호텔로 데려가 체크인을 도와준 후 나는 사무실로 복귀하여 내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 후 집으로 가있었다. 저녁 11시 40분 호텔 지배인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영사관에서 호텔에 요청한 내용도 있었겠지만 체크인 시 나의 이름과 연락처를 남겨 놓았던 것이 내 불찰이라면 불찰이었다.


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로비에는 여러 명의 경찰들과 호텔방에 비치된 가운 차림인 서너 명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 그리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고 있던 고객들로 분한 모습이었다. 국회의원들은 나를 보자마자 의원들끼리 묵고 있는 방들을 방문하느라 왔다 갔다 했는데 경찰들이 와 자신들을 제압하였다는 것이었다.

나는 호텔 담당에게 사실여부를 물어보았고 호텔 담당자는 내게 CCTV 화면을 보여 주었다.


녹화된 화면에는 속옷만 걸친 국회의원들이 복도 이곳저곳을 다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통역을 요청한 국회의원의 말은 나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인 것을 강조하였고 나는 그대로 통역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을 들은 경찰의 대답은 ‘So What’이었다.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대접을 받아 왔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정도의 노출은 판단하기에 따라 중범죄일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내 신분증을 경찰에게 보여주며 나름의 편의를 부탁하였고 다행스럽게도 경찰은 내 요청을 받아들여 주었다.


한 국가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의 수준이 가히 짐작되면서 실망하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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