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 느낌표들
퇴근해 오래간만에 운동을 다녀와 저녁 먹을 준비를 하는데, ‘딩동’ 하고 독서모임 밴드에서 알람이 울렸다. 평소 바느질 솜씨가 뛰어나 못 입는 청바지로 에코백을 만들기도 하고, 긴 치마를 딸아이 원피스로 재탄생시키도 하는 ‘마이더스의 손’이 사진 한 장을 올렸다.
“메이우드 언니의 작업을 몇 번 봐서 그런가 저도 이런 게 보이네요. 시금치를 다듬다 꼭지를 따 뒤집어 봤는데, 참 예뻐서요.” 사진 속에는 연한 분홍빛 장미꽃이 한 송이 어여쁘게 피어 있었다.
그러자 평소 자신은 미술에는 영 소질이 없어서 내가 하는 작업을 신기하게만 바라봤다는 ‘서툰 손’이 이렇게 사진과 댓글을 달았다. “앗! 나도 시금치 무쳐 먹으려고 다듬고 있었는데, 따라서 함 해봤네요.” 거기에는 코트에 달아도 좋을 두 송이 장미 브로치가 놓여 있었다.
“메이우드가 평소 어떤 마음으로 이 작업을 했는지 쬐끔은 알 것 같네요. 뭔가를 발견하고 창조한다는 느낌적 느낌 말이에요.” 그러면서 ‘서툰 손’이 시금치 꼭지 부분 자른 걸 많이 모아서, 이번에는 딸아이와 함께 만들었다면서, 엄마는 꽃다발을 딸은 하트 부케 만든 걸 다시 보내왔다.
시금치를 다듬으면서 잘라놓은 꼭지를 뒤집어서 본 적 없는 나는 오늘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을 알게 된 느낌이었다. 아무도 들여다볼 생각을 않던 그곳에 누군가가 시선을 주면서 거기에는 여태까지 본 적 없던 꽃이 피기 시작한 것도 목격했다. 그렇게 시금치는 이 두 집에 작은 삶의 느낌표를 전해주는 기특한 반찬이 되었다.
아까 운동을 다녀오는데, 매서운 겨울 밤바람에 노점에서 양말과 대추 등을 팔던 아저씨가 이제 들어가시려는지 물건들을 부지런히 차로 나르고 있었다. 대추를 작두로 얇게 저며 썰어놓은 것도 팔고 있었다. 차로 끓여먹어도 좋겠고, 부추를 줄기로 삼고 대추 저민 것을 꽃잎 삼아 꽃밭을 꾸며도 재미있겠구나 싶어 한 봉지 달라고 했다. 새로운 재료를 만나 새로운 작업을 상상하며 오늘 내 하루의 마침표를 다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