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림 Jan 21. 2019

21. 식재료 세계의 입구에 서서

청포도 귀걸이

ⓒmaywood

아이가 방학일 때는 프리랜서 남편이 작업실 대신 집에서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데, 나에게는 이 부녀가 삼시세끼를 어떻게 조화롭게 잘 먹느냐가 최대 관심사이다. '밥-밥-밥' 조합은 아무리 해도 질리고 물리니 '밥-면-밥' '시리얼-밥-면' '스프+과일-밥-밥' 등 다양한 조합을 생각하고 제안한다. 남편 또한 지난 몇 년간 이런 패턴에 단련이 되어 아이에게 스파게티면 삶는 방법, 과일 자르는 법, 떡볶이 만들어 먹는 법 등을 꽤 잘 전수했더랬다.


세끼 사이사이 왠지 허전한 듯하여 간식거리들도 갖춰놔야 해서, 지난 주말에는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다녀왔다. 그중 창고형 마트를 정말로 오랜만에 갔다왔는데, 역시나 우리처럼 인구 수가 적은 집은 살 게 별로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도 견물생심이라고 가격 비교를 안 할 수가 없고, 하게 되면 그간 비싸게 주고 산 것 같아 배도 좀 아파오고 그랬다. 결국 다음 한 주 아빠와 딸이 입이 심심할 때 먹을 수 있도록 가쓰오우동과 완탕, 모짜렐라 치즈만두를 카트에 담았다.


내가 가족들의 세끼를 준비할 때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쌀'과 '물'에 관해서다. 평소 알뜰한 편도 못 되고 때로는 '평생에 한 번인데 어때'라는 마인드로 살다 변변히 돈도 못 모았으면서, 우리 입에 들어가는 이 두 가지는 정말 잘 챙기고 싶다. '쌀과 물'은 여러 번의 소화과정을 거쳐 몸과 마음 속을 타고 흐르며, 우리의 근간을 이루는  또 하나의 뼈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던 중 쌀은 물론 우리가 즐겨먹는 식재료들에 대해 담백하게 풀어놓은 <탐식생활>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의 재료들을 천천히 떠올려봤다. 아직은 그동안 내가 활용해온 재료들의 이름들만을 정리해놓은 수준이지만, 여기서 좀더 업그레이드된 일상 아티스트가 되려면 그 재료들의 품종과 특징, 영양 등을 좀더 세세하게 파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탐식생활>이라는 책은 나에게 동기 부여를 충분히 해준 셈이다.


여전히 마트의 가공식품 코너를 기웃거리며 가족의 간식을 찾는 워킹맘이지만,  무궁무진한 식재료 월드 입구 앞에서 어떻게 둘러볼까 고민하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그러려면 지도를 잘 봐야 할텐데, 우선 채소와 과일 들을 많이 활용하니 그쪽부터 들를까?

매거진의 이전글 20.소박한 것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