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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하 Jul 22. 2020

프놈펜 . 메콩강 선상의 진미

캄보디아

뱀이 식탁 위 국그릇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것도 한번 먹어봐요. 이건 몸에 더 좋으니까요!”
“ … “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រាជធានីភ្នំពេញ, Phnom Penh)에는 톤레삽(Tonle Sap)강과 메콩강이 흐릅니다. 프놈펜 북서쪽으로 백 여 킬로미터 떨어진 톤레삽 호수, 여름이면 우리나라 경상도만큼 커진다는 그 호수에서부터 이어진 긴 물결이 프놈펜에서 메콩강과 만납니다.


뜨거웠던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가 퇴근할 시간,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준비를 하는 그 무렵, 강가에 정박해 있는 보트에 오릅니다. 이 배가 오늘의 레스토랑이자 이 도시의 제일가는 어트랙션입니다.

프놈펜 강변 풍경 1

오늘은 지난 6개월 여의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입니다. 프로젝트 종료회를 마치고 캄보디아 측에서 정성스레 마련한 환송 만찬회에 참석합니다. 메뉴는 해산물 바비큐와 캄보디아 전통음식. 배는 두 시간 코스로 강의 하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그 시간 동안 강변의 멋진 야경을 선사합니다.


저 멀리에는 지난번에 묵었던 호텔이 은은한 조명과 함께 운치 있게 다가오고 그 반대편 놀이공원에는 대관람차의 불빛이 멋진 화려함을 뽐내고 있습니다. 해가 막 지려고 하는 순간, 잠시 동안의 석양은 우리에게 멋진 인생 사진을 담을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 찰나의 광경을 담기 위해 이곳저곳 장소를 바꿔가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봅니다.

프놈펜 강변 풍경 2

그러는 사이 숯불 위에서 서서히 익어가던 해산물들은 승선객을 제대로 유혹하기 시작하고 사람들은 요리가 완성될 순간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모두의 술잔에는 술이 넘칠 듯 채워지고 두 조직 우두머리들의 비교적 단출한 건배사로 오늘 만찬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제일 먼저 우리의 식도락을 담당할 주인공은 바로 새우. 얼핏 보면 바다에 살 것만 같은 크기의 이 갑각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죠. 한 입 물었을 때 느껴지는 그 깊고 진한 풍미, 쫀득한 식감. 맛있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이 별미를 뒤로하고 어느새 식탁 위에 올라와 있는 낯익은 형체로 눈길을 돌립니다.

새우 바비큐 구이

큰 접시 위에 누워 있는 이 친구, 다름 아닌 자라입니다. 우리도 예전에는 약으로 자라를 먹었다던데, 지금도 아마 시골 어디에서인가 먹고 있을지도 모를 그 자라를 이곳 캄보디아에서 맞닥뜨립니다. 그 정체를 살피고 눈길을 피하는 우리를 향해 캄보디아 동료가 능숙한 솜씨로 자라를 해체하고 인심 좋게 큰 덩이 하나를 내 접시에 올려 줍니다.


“먹어봐요, 몸에 좋아요!”


그 권유에 달리 저항할 방법을 찾지 못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는 그 순간, 호기 있게 자라 고깃덩이를 들어 한 입 물어봅니다. 물컹, 쫀득, 식감과 맛을 정확히 느낄 순간도 없이 그냥 대충 목구멍으로 밀어 넣고는 황급하게 와인을 들이켭니다. 머쓱한 표정과 함께.


그런데 또 하나의 복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뱀이란 냉혈 동물로서 동면을 하며, 독사와 같은 뱀에 물리면 죽는다고 알고 있을 뿐 식재료로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동물. 그런 뱀이 식탁 위 국그릇 속에 고스란히 잠들어 있습니다.


“이것도 한번 먹어봐요. 이건 몸에 더 좋으니까요!”

 “ … “


순수한 미소와 친절로 무장한 캄보디아 동료들, 정말 사랑합니다! 당신들과 나눴던 많은 이야기, 당신들의 열정, 그리고 그날의 추억, 오래오래 간직할게요.




♫ 에피소드 주제곡 ♫    

▶︎ 月亮代表我的心 // gt : 박주원
▶︎ https://youtu.be/kbBuI4mPjL0
▶︎ 에피소드별 주제곡을 선정하면서, 그중 몇 곡 정도는 에피소드 내용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곡으로 선곡하고 싶었습니다. 그 첫 번째 곡이 바로 이곡 <월량대표아적심>입니다. 대만 가수 등려군이 부른 이 노래는 영화 <첨밀밀>에도 사용되었고, 국내에서, 국외에서 정말 수많은 가수들이, 노래로 연주곡으로 리메이크를 했습니다. 케니지의 연주곡 <The Moon Represents My Heart>도 참 좋죠.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박주원은 기존 곡을 역동적인 룸바 곡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 원곡의 서정적 느낌과 달리, 듣고 있으면 어깨를 절로 들썩이게 되는 이 곡의 매력에 매번 매료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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