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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너지힐러 소을 Mar 21. 2019

민감한 사람은 리더가 되지 못한다고?


'실행지능'의 저자 저스틴 멘케스가 쓴 '높은 민감성: 없어서는 안될 리더십의 구성 요소인 이유'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임원 평가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민감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었다. 





"민감성은 리더십의 중요한 자산이다. 실제로 리더가 되려는 사람들은 민감해야 한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최대로 실현시키고자 한다면 말이다. 훌륭한 리더는 직원들의 반응과 업무 현장의 리듬, 미세하면서 말로 잘 표현되지 않는 고객의 태도 변화를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민감하다." 





예리하고 섬세한 민감인의 특성이 훌륭한 리더십의 구성요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이제 우리 민감인들부터 이를 기억해두기로 하자. 민감인의 높은 자기성찰능력이 결국에는 타인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니 민감한 사람이야 말로 포용력 있고 신임이 두터운 리더가 될 수 있다. 민감성이 얼마나 큰 가능성으로 연결되는지 알고 나니 가슴이 뛰지 않는가! 





갈수록 건강하고 깨끗한 먹거리를 찾기가 힘들어 지고, 매일 사용하는 치약과 세제, 여성용품 등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몇이나 될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친환경 유기농이라 광고하는 제품이 그렇지 않은 걸로 밝혀졌을 때 그 제품을 만든 기업의 진정성과 정통성을 의심하게 된다. 진정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비즈니스와는 관계 없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의 기업들과는 달리 기업 윤리와 책임 경영을 중시하는 색다른 리더십으로 주목 받고 있는 곳도 있다. 





"이 자켓 사지 마세요."





2011년 미국의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내놓은 한 회사의 광고였다. 자사 제품인 회색 자켓 사진과 함께 실린 이 문구는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자기네 옷을 사지 말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어리둥절해질 때쯤 사람들은 자켓 사진 아래에 쓰여진 이 회사의 개념 있는 설명을 읽게 된다. 





"필요하지 않은 건 사지 마세요. 구매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보세요."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인 파타고니아가 내놓은 광고였다. 파타고니아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서퍼와 등반가들이 시작한 작은 회사였는데 지금은 등산 장비뿐 아니라 스키, 스노우보드, 서핑, 플라잉 낚시, 트레일 러닝, 요가에 필요한 제품까지 생산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는 10대 때 등반을 시작하면서 직접 등반 용품을 만들어서 썼는데 이것이 회사 설립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등반 장비 회사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시절, 그는 자신이 만든 장비가 암벽을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주력 제품의 생산을 과감히 중단했다고 한다. 대신 자연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대체 제품을 만들어서 소비자들에게 바위에 상처를 내지 않는 깨끗한 등반을 촉구했다고 하니, 이익에 앞서 환경 보존의 중요성과 소비자의 인식 개선까지 고려한 그의 진정성이 경영에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고객들에게 망가진 옷을 고쳐 입고, 낡은 옷을 재사용하고, 재활용하라고 촉구한다.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해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면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자연을 보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타고니아의 웹싸이트에는 제품 수선 방법과 취급 방법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중고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고 더 이상 입을 수 없는 낡은 옷의 경우 매장에 반납하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데 활용된다고 한다. 아버지가 입던 파타고니아 자켓을 물려받은 아들의 이야기, 신혼여행 때 입었던 등산복을 입고 결혼 20주년을 기념한 부부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렇게 입는 사람의 추억이 담겨 있으면서 내구성 있는 제품이야 말로 진정한 명품이 아닐까 싶었다. 





이 회사가 내 마음을 움직인 건 창립자의 경영 철학 때문이다.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려면 자연 파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지구의 자원을 최대한 덜 쓰는 방식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는 제품들을 개발했지만 존재만으로도 자연을 해친다는 '마음의 빚'이 있었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보면서 그 진솔함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사명을 갖고 있다. 매년 매출액의 1%를 전 세계 곳곳의 환경 보호 단체를 후원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미국 유타주의 '베어스 이어(Bears Ears)' 지역을 국립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데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 지역은 원주민들이 신성한 기운이 서려있는 땅이라 여기는 곳이며 신기한 모양의 암석이 많아 산악인들에게도 소중한 지역이라고 알려져 있다. 석유 개발업자들과 채굴업자들의 반대에 맞서 이 지역을 지키고 보호하려는 사람들을 도왔고, 결국엔 오바마 행정부의 자연보호구역 지정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이처럼 수익만 쫓기보다 환경을 생각하고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리더가 이끄는 기업이라면 그 진정성을 믿어봄 직 하다. 이렇게 사고의 폭이 넓은 리더는 당장 눈앞의 이익만 차리기보다 자신의 결정이 미치게 될 영향에 더 무게를 둔다. 자신의 리더십이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뿐 아니라, 소비자,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는 리더의 진중함이야말로 민감한 사람이기에 가능한 선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자연환경과 동물,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는 민감한 사람은 리더가 되었을 때 이런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서 확신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수익을 내기 위해서 꺼림칙하고 마음 편치 않은, 직관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는 민감한 리더 자신의 정체성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민감한 리더는 경영관에도 세상을 보는 자신의 철학과 민감인 특유의 진실함이 투영되어 있어 대중에게 믿음을 줄 수 있다. 





이제 민감한 리더가 필요한 시대가 오고 있다. 언제까지 고정된 사고방식을 갖고 기존의 리더십 양상을 당연시 여길 것 인가. 거칠고 공격적인 리더들이 벌이는 일을 보며 분개하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럼 이제 어떤 변화가 필요하고 어떤 리더가 필요한지 생각해 봐야 한다. 민감한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비민감인들, 그리고 스스로가 리더 자질이 없다고 지레 짐작하는 민감인들에게 이 글이 생각의 전환을 불러오고 신선한 자극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감성이야 말로 유능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 하나임을 깨닫고 이를 인정해주면 민감한 사람들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오래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롭고 흥미로운 미래를 준비하며 이제 모두가 깨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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