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여여 Jul 04. 2021

1화 열아홉의 면접, 터닝포인트

**은행 최종 면접날

나와 마주하다


열아홉, 내 인생 첫 면접 날였다. 멀리 가야 했기에 아침부터 분주하다. 미리 예약해둔 미용실에서 올림머리를 했다. 단정한 교복, 단화를 갖춰 입은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은 참 낯설기만 하다. 엄마와 함께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면접장소에 도착해 높은 빌딩을 올려다봤다. '후..."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자기소개를 연습하는 내게 엄마는 “떨려?” 하고 묻는다. 떨린다. 하지만 잘하고 싶은 기대감도 생긴다. 그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 면접 참여금 5만원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며 얼마나 밍숭맹숭한 마음이던지. 나를 기다리던 엄마의 마음도 한결 놓인 듯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치와 달랐다. 나와 함께 조면접을 보던 친구가 합격을 했고 나는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것은 멀끔했던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참잘했어요가 아닌 실패 도장을 받은 것 같았다.


 내가 진학한 고등학교는 취업과 대학의 선택권이 있었다. 공부도 재미없지 않았기에 열심히 했다.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선생님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즐거웠던 소위 모범생인 ‘척’ 하는 학생이었다. 한 번은 조리과에서 금융과로 전과를 했다. 1학년 때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2학년에 들어서 볼일이 적어졌다. 이후 학교생활 적응이 조금 힘겨웠다. 인정은 학교생활에 대한 안정감을 주기도 했다.


나는 자발적이었다. 선생님이 짜준 플랜대로, 학교에서 제시하는 방향대로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고 최선이었다. 그런 시간들이 쌓여 나에게 주어진 것은 조기 취업이라는 기회였다. 고2 때부터 꾸준히 준비해 고3이 되어 자기소개서와 지원서를 썼다. 수업시간, 쉬는 시간 가리지 않고 취업 진학실에서 면접 연습하기를 몰두했던 때가 생각난다.


하면 할수록 의문이 드는 게임이었다. 마치 긴 레이스를 하고 있는 선수가 주변의 환호성 소리에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앞을 향해 뛴다. 옆을 볼 틈도 없이. 멈추면 이 길이 끊기는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그만 돌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무릎엔 상처가 났고 그 상처를 바라보며 그만 눈물이 났다. “나는 무얼 위해 이걸 계속하는 거지?” 긴 달리기 끝에 처음으로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단지 안정성을 위해서? 학교에서 제일 좋은 거라고 하니까? 아직 나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열아홉에게는 꽤나 커다란 질문이었다. 이내 고개를 들어 이 길이 어떤 길인지 내가 온 길과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