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여여 Jul 06. 2021

2화 나는 왜 남해로 갔을까?

내 인생을 바꾼 한 마디

그날도 어김없이 내 방 책상에 앉아 자소서를 쓰고 있었다.


“똑똑” 엄마가 내 방문을 두드린다.

“오늘도 준비하는 거야?”

“응”

“삼촌이 중국에서 온 거 알지? 남해로 이사 가셨어. 같이 가보자.”


면접에서 떨어지고 사귀던 남자 친구와도 헤어졌다. 긴 머리카락을 싹둑 자를 만큼 예민해진 상태였다. 매일 친구와의 약속도 뒤로한 채 방에서만 지낸 지 며칠이 흘렀다. 갑작스러운 엄마의 부름은 망설임을 일으켰다. 일분일초가 아깝다고 느꼈으니까.

 

남해대교를 건너면

남해로 가는 길은 여러 터널들을 스쳤다. 약 스무 개의 터널 사이로 밝음과 어둠을 반복해서 지나다 보니 저 멀리 남해대교가 보인다. 잔잔한 푸른 바다가 펼쳐있고 그 뒤로 펼쳐진 가지각색의 초록들이 모인 산과 빨간 현수교가 우리를 반긴다. 머지않아 드넓은 산이 훤히 보이는 삼촌댁에 도착했다. 내가 살던 평야지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구불구불하고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남해의 지형은 마치 놀러 코스터를 타듯 멀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산새 소리만 가득하던 한적한 시골마을에 사람들 소리로 가득하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숙모, 이모 할 거 없이 중학생이 된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종종 빠지곤 했던 가족모임에 오랜만에 마주하는 자리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식사시간이 지나고 고요한 저녁이 찾아왔다.


그 밤과 함께... 나는 그만 온 식구가 모여 있는 자리에서 울음이 터져버렸다. 면접 탈락을 맞본 직후 나에 대해서도 앞으로도 혼란스러웠다. 가족들과 자연스레 이야기하며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던 나의 마음이 눈물과 함께 세어 나왔다.


“ 나 잘 모르겠어요. 대학과 취업이 내 인생의 전부 같아요. 근데 선택을 못하겠어요”

“나는 나 자신을 아직 잘 몰라요, 두려워요”


가만히 내 말을 들으시던 삼촌은 넌지시 내게 답했다.

“ 그게 전부가 아니야. 잘 모르겠으면 잠깐 멈춰가도 돼. 모르겠으면 확인해 봐야지.” 


그리곤 울먹이던 내게 어깨동무를 하시며 하늘에 있는 달을 가리켰다. 이 밤 사이 흩어져있던 달빛이 내 눈에 담기던 순간이었다. 달무리가 가득한 밤, "저 달을 자세히 보니 어떠니? 달무리가 보이지 않니? 너도 달과 같은 존재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일 수 있지." 삼촌의 대답은 내게 이 밤이 찾아온 의미를 건네주는 것 같았다.


 “네가 좋다면 여기서 지내봐도 좋단다”

나지막이 던지신 그 한마디는 가장 어른스러운 말이었다. 그 말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이내 결심했다.

 “엄마, 나 남해로 가야겠어”

이전 02화 1화 열아홉의 면접, 터닝포인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