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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여여 Jul 08. 2021

3화 나는 누구지? 학생은 아닌데?

낯선 길에서

수많은 길 위해서_버스

그 무렵 친구들은 모두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했다. 모두 더 크고 도심으로 향하던 때, 대학 진학 대신 남해행 버스에 탑승했다.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학교, 학원, 집을 반복했던 나의 일상 큰 변화였다. 당시 내가 살고 있던 곳에서 남해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려면 전주와 진주를 거쳐야만 경상남도 남해로 갈 수 있었다. 남해는 본래 섬이었고 지금은 다리가 놔져서 전라도 방향에선 하동으로 경상도 방향에선 삼천포로 오로지 버스나 자동차를 타야만 갈 수 있다. 


버스표를 끊으러 매표소로 향했다. 그리곤 점원에게 물었다.

“전주 가는 표 하나 주세요, 진주 가는 표 하나 주세요. 남해 가는 표 하나 주세요.”라고 세 번을 물어야 했다. 

그런 내게 점원은 “학생이니?” 하고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학생이 아닌 것 같았다.

우물쭈물거리며 “학생은 아닌데요..”라고 말했다.


모두가 학교에 가는 시간,

배낭과 작은 캐리어 하나 메고 있는 나의 모습은 딱 고딩 아님 이제 막 대학생이 된 듯한 학생의 모습이었다.


난감한 듯 점원이 말했다. “청소년 할인받으려면 학생증 있어야 해”

나는 대답했다. “그냥.. 성인으로 끊어주세요.” 


혼자서 낯선 곳에 가는 것도 두려운데 행여나 버스를 놓칠까 긴장한 내 손은 어느새 흠뻑 젖고 말았다. 학교에 다닐 땐 몰랐다. 입기 싫기도 했던 교복이 나를 나타내 준다는 것을, 내 신분을 대신 증명해 준다는 것을. 학교에서 찍었던 왠지 못생기게 나오는 사진이 박힌 학생증이 할인을 증명해 준다는 것을. 내가 학교 밖을 벗어나면서 더 이상 나의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낯선 버스터미널 한가운데 서서 더 이상 내가 학생도 아니고 그 무엇도 아닌 사람임을 우두커니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 ’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어디 유치원에 다니는 누구 어디 초등학교 몇 학년 몇 반 누구 어디 중·고등학교에 속한 학생으로만 불려 왔다. 그래인지 달리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다. 표현의 말이 참 어색하고 다소 부끄럽다고 느껴졌다. 아직 열아홉, 스무살의 나이인데 또래와 달리 나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다.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은 나를 더 이상 학생 취급해 주지 않았다. 그때의 난 처음으로 먼 창밖을 바라보며 “소속감”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 그리고 더 이상 학생 내가 아닌 그냥 나로서 나를 표현할 수 있어야 했다.


경상도로 넘어오니 같은 한국인데도 낯선 말들이 터미널에서 혼잡하게 오갔다. “어서 오시다” 남해로 향하는 버스에서 기사님이 건 낸 말은 마치 “잘 왔냐”라고 묻는 것 같았다. 같은 인사말인데도 사뭇 느낌이 다르다. 그 낯선 사투리처럼 단지 내 이름인데도 낯설었다. 그동안 나로 살아왔지만 나보다는 학생으로서 더 많이 살았었구나. 내 이름을 마주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그동안 아무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물음표가 생겼다.

누군가 내 이름을 묻는 것도, 학생이냐고 묻는 것도, 요즘 뭐 하냐고 묻는 것도 다소 두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을 할까 봐 두려웠다. 내 이름 석 자를 말할 뿐인데도 뭔가 모르게 들킨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청년’이라는 말이 흔하게 불리고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인 4-5년 전만 해도 갓 졸업한 고딩은 “청년”이라는 말을 잘 몰랐다. “청년” 대상으로 여러 정책들이 있지만 그때의 나는 학생, 청소년으로만 더 많이 불리던 때였다. 더 이상 학생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시점이 다가왔을 때 처음 마주해야 하는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들, 지금도 누군가는 겪고 있을지 모르는 혼란. 


나는 지금 나에게, 우리 사회는 지금 나에게 과연 누구라고 묻고 있을까?


*우리나라 청소년 기본법에서는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을 “청소년이라 칭한다. 

청소년은 청년과 소년의 중간시기를 말한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성인이라고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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