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포레스트
여기 스무 살에 도시 상경을 뒤로하고 남해 촌구석 시골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 친구들이 수능을 준비하고 있을 때, 나는 남해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머지않아 주변 친구들은 대학에 가거나 취업을 했다. 내가 있는 도시에서 전국의 큰 도시들로 나가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나도 그럴 것이라 어릴 적부터 꿈꿨건마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해의 한 시골마을에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
이 마을엔 젊은 청년이 드물다. 근처 초등학교 전교생이 50명 정도 된다. 그런 곳에서의 하루 일과는 아주 심플했다. 말 그대로 “삼시 세 끼”인 것이다. 밥을 먹는 시간이 하루의 기준점이 되어준다. 밥때에 맞춰 밥을 먹고 적당량의 생활에 필요한 집짓기, 만들기, 농사 등의 노동을 한다. 그 외 시간에는 운동을 하거나 피아노 연습, 책 읽기, 유튜브 시청 등을 하며 보낸다. 자기 전 일기 기재 그리고 삼촌 숙모께 문안인사를 마무리로 나의 하루를 마무리한다.
7:00 기상, 스트레칭
7:30 어제 텃밭에서 미리 준비해둔 야채 등으로 아침 준비
8:00 초등학생 동생들 학교 배웅, 뒷정리 및 휴식
10:00 텃밭일/ 집 고치는 일 또는 수영
12:00 점심식사
13:00 휴식
15:00 집안일, 공부
17:00 텃밭 물 주기, 저녁 준비
18:00 저녁식사
20:00 일기 기재, 저녁 운동, 뭉치와 산책
21:00~ : 문안인사 후 자유 취침
식사 시간 때에 맞춰 배꼽시계가 울린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텃밭일 하다 ‘이제 지치고 배고프네..’ 하며 시간을 확인하면 “이제 밥 준비해야 하는 시간!” 이 되었다. 또 배가 고파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고 해가 뜨면 눈이 떠지고 해가 지면 잠이 왔다.
당시 내가 제일 좋아하던 영화는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였다. 영화의 주인공을 보며 마치 ‘나 같네..’ 공감하며 재밌게 봤다. 이후 한국판이 나오면서 나를 만나는 사람들은 꼭 리틀 포레스트네?!라고 말하더라.
매번 비슷하지만 조화로운 삶, 동네에서 마주치는 어른들은 모두 “학교 안 가고 뭐하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이런 시간이 찾아올까 싶을 정도로 인생의 황금기를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다.
삼촌께서도 “지금을 즐겨, 이런 시간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몰라.”라고 말씀하셨다.
물론 나라고 즐겁기만 했을까. 즐거움과 불안감은 함께였다. 책으로만 접했던 시골살이에 대한 환상, 나는 직접 몸으로 느끼고 경험했다. 비록 그 전체가 내가 만든 삶은 아닐지라도 삼촌의 부분을 빌려 내 삶으로 가득 채웠다.
“저는 조금 불안하더라도 지금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