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여여 Jul 22. 2021

5화 자유를 즐기는 법

나는 자유를 어찌 즐겨야 할지 몰랐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니 내겐 엄청난 자유가 주어졌다.

24시간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으며,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었다. 낯선 세상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아마 그토록 갈망하던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짜인 시간표에 맞춰 살다 24시간을 다 내 마음대로 살아야 하니  "와~! 자유다!" 하는 기쁨도 잠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마음만이 남았다. 아무리 놀아도 시간은 충분했다. 그런 시간들이 반복되자 내가 너무 쓸모없게 느껴졌다. 자유의 기쁨을 만끽하다가도 불안이 엄습했다.


남해에 왔을 땐 함께 살기 위한 약속을 했다. 집안일 중 아침식사와 청소를 맡았다. 지켜야 할 규칙만 존재했을 뿐, 그 외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하셨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삼촌과 숙모는 굉장히 자유로워 보였다. 생계를 위한 적당한 노동을 하셨다. 하루 중 필요한 집안일들을 하고 그 외의엔 게임을 하시기도 했다. 특히 두 분께선 각자의 공부를 즐겼다. 각자의 취향이 뚜렷했고 삶의 패턴과 스타일이 존재했다. 텃밭을 돌보는 일도 매일 조금씩, 필요한 식재료를 심고 기른다. 밥을 해 먹고 주변에 나누기도 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직접 주변의 것을 이용해 만들어 쓸 수 있다. 집수리가 필요하면 뚝딱뚝딱 고친다.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하고 옷을 수선해 입기도 한다. 말 그대로 의, 식, 주의 해결이 스스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음식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집을 지을 줄 아는 사람의 향기는 아름다웠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 그 존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에 반해, 나는 내가 어떤 것을 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기엔 먼저 무언가를 해봐야 한다.


“그냥 누워서 유튜브 보고 싶어”

“뭉치(강아지)랑 바다로 산책 가고 싶다”

“토마토가 들어간 비빔국수가 먹고 싶네”


가만히 누워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처음엔 사소한 생각들로부터 시작된다.


“피아노도 치고 싶어”

학원에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몇 번 치고 체크하고 끝나는 피아노가 아닌, 내가 정말 곡.

그 곡을 찾고 그 곡이 좋아 하루에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어 연습을 한다.


이내 이미 그러고 있는 나를 만난다.


"삼촌 창고 고치는 일을 도와드려야겠다"

"텃밭에 둥굴레로 차를 만들어볼까?"

사소한 생각들은 나를 행동하게 한다. 그 행동은 점차 구체적인 행동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이 되고 행동은 즉, 경험이 된다.


한 번은 숙모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냥 해보면 돼”

띵- 하고 뭔가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금껏 나는 영어를 배우려면 영어학원에 피아노를 치고 싶다면 피아노 학원에 가는 방식이 더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자유가 주어졌을 때 아무것도 없는 여기에서 과연 내가 무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자유를 즐기고 누리는 법,

사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을 뿐. 자유는 이미 내 안에 있었다.




이전 05화 4화 열아홉, 대학 대신 시골살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