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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이삼사 자유 Sep 24. 2024

아이의 사랑은 언제나 엄마보다 크다

눈물의 회개

아침부터 아이한테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일어나자마자 다리 아프다고 못 일어나겠다고 해서
온몸을 마사지해 주고 어르고 달래서 일어나 켜서 소변물도 내려주고 세수도 시켜주고 양치컵 물도 대령하며 비위를 맞춰줬다.

추울까 봐 조끼도 입혀서 아침식사를 주었는데 흰쌀밥을 달라며 투정을 부렸다. 잠시 고민하다 신랑이 이미 차린 잡곡 먹으라며, 흰밥은 살찐다 했고 내 나름대로 아이를 달래며 흰밥은 이따 줄 테니 아침은 잡곡밥 먹으라고 했다.

입이 대빨나온 아이는 내가 떠먹여 주는 밥을 두 수저 정도 겨우 먹더니 먹기 싫다고 했다. 먹기 싫다는 그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몹시 화가 났다. 식탁음식을 죄다 싱크대로 버리려다가 신랑이 말려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침부터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나는 내가 힘든 상황임에도 아이를 위해 했던 행동들에 대해 나 역시 배려받고 싶었다.

졸리고 힘든 아침, 너도 좀 힘내줘. 아침부터 엄마 짜증 내지 않게 좀 해줘.라는 조건부 행동이었던 거다.

이럴 바에는 안 하는 게 나은데 꼭 애써놓고 내 뜻대로 안 되면 짜증 내는 내가 결과적으로는 더 절망스러운 계기가 되니 싫고 슬프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주부역할 손 떼고 싶다. 나만의 생각 속으로 파묻히고 싶다.



그래도 얼른 내 마음 알아차리고 동행일기를 펼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어제 유목사님 설교 들으며 나 스스로의 한계를 내가 평가하고 절망했던 내가 깨우쳐지며 어느 상황에도 예수님 바라보기를 결심했다.

하나님 아버지 저의 형편 모두 아시죠. 유능하려고만 우상숭배하는 저를 가엾이 여겨주세요.. 제가 진정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게 해 주세요.


한편 아이가 방에 들어와 쪽지하나를 건넨다. 하트로 사랑이라고 쓰여있는 저 스스로 꾸민 종이를 보니 아침부터 혈기를 내던 나 자신이 부끄럽다.

아이의 사랑은 언제나 엄마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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