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니 삶이 더 풍부해집니다.
역마살의 유전
우리 아들은 부럽게도 8살 전에 몇 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는 부모와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또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하나였기에 더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이러나저러나 남편과 내가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 한 일인데...
아이가 8살이던 여름, 제주도 여행을 갔다. 말도 타고 드라이브도 하고 수영도 하고 맛있는 흑돼지도 먹고 어른도 행복하고 아이도 행복한 여행이었다. 초록 초록한 삼나무길을 드라이브하다가 갑자기 창문을 열고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아이가 말했다.
"제주 좋아!!!!!!"
이렇게 제주도 이야기를 하다가 아이가 물었다.
"왜, 제주도는 똑같이 한국말을 써요?"
우리나라는 삼면만 바다에 둘러 싸여있다. 하지만 나머지 한 면도 육로로 이용할 수 없기에 무조건 비행기를 타야지만 외국에 갈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아이와 외국 여행을 갈 때 항상 비행기를 타고 갔었다. 제주도도 비행기를 타고 왔으니 아이는 당연히 외국이라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온 이 곳에서 한국말이 보이고 들리니 얼마나 반갑고 신기했을까? 자식, 귀엽군. 그래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또, 폴란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이야기다. 그때 아이의 학교는 방학이었다. 그래서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고 나면 아이와 나는 별다른 스케줄 없이 하루하루 폴란드 브로츠와프를 탐방하고 있었다. 하루는 트램역에서 시내를 가기 위해 트램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가 말했다.
"엄마, 나도 여기에서 1년 살면 눈이 파랗게 바껴(바뀌어)?"
아이들이 대부분 다 그런 건지, 우리 아들은 관찰력이 참 좋다. 같은 장면을 보아도 나는 못 보고 아들은 보는 장면들도 많다. 내가 폴란드 미남, 미녀들의 미모에 감탄하고 있을 때 아이는 그들의 눈동자가 보였나 보다. 그리고 파란 눈동자를 보고는, 이런 사랑스러운 생각을 했다.
"엄마, 나도 여기에서 1년 살면 눈이 파랗게 바껴(바뀌어)?"
아이의 질문을 듣고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해주었다. 아이는 자신의 눈동자가 바뀌지 않아 다행이라며 좋아했다. 자기는 검은 눈동자가 더 좋다며 말이다. 이런 순수함이 너무 소중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좋은 점은 다시 한번 1살을, 5살을, 8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추억 속의 동화를 읽고 가사가 너무 예쁜 동요를 듣고 만화를 보고 그네도 탄다. 또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잊고 있던 동심이 몽글몽글 다시 살아난다. 시간이 앞으로 가기만 하는 인생을 두 번이나 살아 보게 해주는 아이라는 존재가 너무 감사하다. 참, 이런 소중한 아이들 둘, 셋 이상 키우시는 위대한 부모님들 더욱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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