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오래 지속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중략) 감정이 너무 오래 이어지거나 강해지면 문제가 된다. 두려움이 길어지면 불안이 된다. 슬픔이 이어지면 우울증이 된다. 행복조차 너무 길어지거나 강해질 수 있다. 그런 상태를 조증이라 부른다. <무엇이 나를 살아 있게 만드는가> 코리 키스
유난히 글이 써지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글에 집중하지 못하는 건 대개 생각이 많을 때입니다. 계획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의 걱정, 이미 지나간 기회에 대한 후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이 시시때때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생각을 멈추지 않는 이상 감정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감정도 생각만큼이나 쉼 없이 오락가락합니다. 한 가지 감정을 오래 붙잡고 있으면 정신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 감정에서 멀어지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10분 동안 일기를 써왔습니다. 일기라고 전날 일만 기록하는 건 아닙니다. 정해진 형식 없이 펜을 든 그 순간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롭게 써내려 갑니다. 직장에서 상사와 부딪친 일, 아내와 나눈 대화, 아이와 먹었던 음식, 먹고 살 고민,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일 등 다양합니다. 각각의 일들을 적다 보면 그 순간에 감정도 되살아납니다. 상사에게 화가 난 이유, 아내와 대화 나눌 때 느낌, 아이와 음식을 먹을 때 감정,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불안감 등을 떠올리며 적었습니다.
일기를 써서 좋은 점은 그 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 더 좋은 점은 일기를 쓰는 그 시간 오롯이 혼자된다는 점입니다.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그 순간의 나에게 집중합니다. 집중하는 동안 내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어떤 생각은 붙잡아서 더 깊게 고민합니다. 어떤 감정은 알아차리고 놓아줍니다. 이런 식으로 분류하며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게 어떤 생각이고 감정인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여러분은 하루 중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느 정도이고, 그동안 무얼 하시나요? 버스 지하철 안에서 멍하니 스마트폰 보는 건 제외입니다. 주변에 방해 없이 저처럼 일기를 쓰거나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5분, 10분 동안 내가 요즘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끼며 사는지 알아차리는 겁니다.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많은지, 관계가 불편한 사람은 없는지, 계획한 일은 문제없이 진행 중인지 점검해 봅니다. 그러고 나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 삽니다. 먹고살기 위해 애쓰느라 바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도 스마트폰과 영양가 없는 만남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정작 자신은 돌보지 않으면서 말이죠. 많이도 필요 없습니다. 하루에 딱 10분만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차단해 보세요.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내 생각과 감정이 어떤지 관심 가져 주세요. 꼬였던 생각은 풀리고, 날뛰건 감정은 차분해질 것입니다. 이왕이면 생각과 감정을 글로 쓰면 그 효과가 배가 됩니다. 제가 1,292일째 일기를 써온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