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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저서 4권 출간하며 배운 것들(2)

by 김형준

개인저서 4권 출간하며 배운 것들(1)


개인저서 4권 출간하며 배운 것들(1)에 이어 두 번째 내용입니다.


내 책 출간에 가장 핵심은 홍보입니다. 얼마나 촘촘하게 홍보를 하느냐에 따라 판매량은 물론 대중에 대한 인지도 또한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2024년 현재 추정되는 출판사가 1천 여 곳으로 이 중 빵빵하게 홍보할 여력 있는 곳이 손에 꼽는다는 거죠. 그러니 출간되는 숫자에 비해 이름을 알리는 비율이 그만큼 낮다는 방증입니다. 애초에 내 책이 만족할 만큼 홍보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려놓는 게 작가 건강에 이롭습니다.


출판사는 그렇다 치고, 작가가 비빌 언덕은 그나마 주변 사람입니다. 지인들은 말합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작가가 있다는 게 신기해"라고요. 하지만 정작 책이 나오면 축하만 할 뿐 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첫 책이라면 어느 정도 약발이 먹히지만, 저처럼 4권 아니, 이보다 더 출간했다면 주변에 기대는 애초에 내려놓습니다. 이런 반응은 우리나라 독서 문화와도 연결되죠. 세계에서 책 안 읽기로 선두를 다투는 나라이니 어쩌겠습니까.


설령 책을 사줬어도 그 책을 끝까지 읽는 비율은 내 책에서 오탈자 찾는 것보다 더 희박합니다. 출간 이후 만나며 아무렇지 않게 말합니다. "책은 샀는 데 다 읽지 못했다"라고 말이죠. 작가 입장에서는 사주는 데 감사해해야 합니다. 읽고 난 반응을 기대하는 건 이번 생에는 틀렸다고 봅니다. 그들이 책을 진심으로 읽게 되지 않는 이상 기대해서는 안 되죠.


그렇다고 미리부터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그때부터 책을 좋아하는 사람과 네트워크를 만드는 겁니다. 미리부터 유유상종해야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쓴 사람에 대해 존경의 눈빛을 보내고 그들을 높이 삽니다. 또 동질감으로 이루어진 관계는 출간 후 든든한 지원군이 됩니다. 얼마나 넓고 단단한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판매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론은 SNS 활동 열심히 하라는 말입니다.


사람이 사람에게 잊히는 것만큼 비참한 것도 없지요. 내가 쓴 책도 똑같은 운명을 맞습니다. 문제는 그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죠.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짧게는 한 달, 길어야 세 달을 넘기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어쩌면 애초에 내가 쓴 책이 세상에 나왔는지 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습니다. 그러니 관심에서 멀어지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다음 작품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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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잊히는 게 아마도 다음 책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처럼 오기가 생긴 작가는 다음 책을 더 잘 쓰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눈도장을 찍겠다는 각오죠. 다행인 건 이런 각오로 꾸준히 글을 쓰면 책을 낼수록 내용이 더 좋아진다는 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역주행하게 되죠. 대부분의 작가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름 세 글자가 브랜드인 작가도 처음부터 대박이 난 건 아닙니다. 첫 책을 냈을 때 시베리아보다 더 차가운 출판 시장의 현실을 체감했지요. 하물며 저 같은 이름 없는 작가는 그보다 더한 혹한을 견뎌야 합니다. 견뎌내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냉동인간이 되고 맙니다. 반대로 끝까지 버티면 볕이 잘 드는 곳에 내 자리 하나쯤은 갖게 될 테고요.


유명작가들이 밝히지 않는 게 하나 있습니다. 그들의 수입입니다. 간혹 언론에 사전 인세 즉 계약금으로 얼마 받았다는 기사가 나지만, 이 또한 극히 일부입니다. 유명 유투버들이 앞다퉈 수입을 인증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아마도 겸손이 몸에 밴 작가들만의 미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유투버를 곡해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가 중에도 아마 돈자랑 하는 이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여기까지 4년 전 첫 책을 내고 이제까지 4권 출간을 경험하며 배운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마 동의하지 못하는 내용도 있을 겁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소회를 적은 것입니다. 다 적고 보니 책 출간이 그다지 낭만적이지 않게 보일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출간은 결코 낭만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꿈을 이루게 하는 건 맞지만 그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일이 있기 마련입니다.


책을 내는 사람마다 신념과 꿈이 있습니다. 그중 누군가는 출간을 통해 더 큰 꿈을 꾸게 됩니다. 예상보다 더 큰 사랑을 받기도 하고요. 온 우주가 도와주죠. 사랑을 받는 작가에게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법이죠. 아직 관심을 받지 못한 저 같은 작가는 더 노력이 필요한 법이고요. 대중에 관심을 받는 것도 작가에게는 숙제이지만, 그보다 글 쓰는 삶에 본질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책 한 권 내기 위해 긴 시간 견디고 숙고해야 하는 게 작가의 숙명입니다. 그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려면 한 순간의 치기로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진정으로 글 쓰는 삶을 살고, 그렇게 쓴 글을 통해 독자에게 영향을 주는 데 만족해해야 합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쉽지 않기에 더 가치 있는 행위이고요. 제 바람은 이 사회가 책을 쓰는 작가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갖길 바라는 겁니다. 독자들 스스로 책 읽기를 당연하게 여기며, 책을 낸 이들의 수고와 정성에 감사해하는 거죠. 이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작가 스스로 더 좋은 책을 쓰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려고 노력할 테니까요. 마찬가지로 독자의 삶도 더 나아질 테고요. 더는 지하철에서 책 읽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너도나도 스마트폰 대신 책을 펼치는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더 대접받는 문화를 바랍니다. 책은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을 테니까요.



https://youtu.be/GUQYs4IIn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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