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눌 줄 아는 사람이 오래 기억된다

by 김형준

2022. 08. 20. 06:40



"제 돈이 아니라 팬분들 때문에 번, 팬들의 돈이라서요." 130억을 기부한 장나라 씨가 한 말입니다. 기부는 물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고 합니다. 연기자와 가수로 사람들에게 즐거움도 주면서 남몰래 기부와 선행을 이어왔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누구보다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재능을 통해 많은 부와 명예를 쌓은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 중 가진 걸 기꺼이 나누는 이가 있는 반면, 지키는 데 급급해 주변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중은 누구를 더 오래 기억하고 따를까요?


첫 개인 저서를 가족 친지에게 알리기까지 한 달 넘게 망설였습니다. 한편으로 언젠가는 부딪혀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용기를 냈습니다. 반응은 걱정과 달랐습니다. 저의 과거보다는 앞날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셨습니다. 덕분에 든든한 지원군을 더 얻었습니다. 가족이 좋은 건 계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 책을 읽어본 작은 형님은 기꺼이 제 책을 주변 사람들에 선물하겠다며 20권을 구매해 주셨습니다. 얼굴은 모르지만 책을 받을 한 분 한 분을 떠올리며 정성껏 사인을 담았습니다. 책만 보내는 게 헛헛해 간단한 편지와 추천 도서 목록을 적어 동봉했습니다. 전해진 책을 읽을 분들이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지는 모릅니다. 책을 통해 무엇을 얻게 될 지도 가늠할 수 없습니다. 시시하다고 몇 페이지 읽고 어딘가 처박혀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래도 좋습니다. 책을 읽을지 안 읽을지는 그분들의 몫입니다. 제가 책을 쓴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선택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그런 바람을 한 사람씩 붙잡고 전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에 책을 쓰기로 선택했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 했습니다. 이런 진심이 전해져 한 사람이라도 작은 변화를 갖게 된다면 그걸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책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습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나눔에 대해 생각해본 적도 방법도 몰랐습니다. 단지 주머니 사정에 맞게 몇만 원을 기부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을 통해 나 자신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한 권씩 읽으면서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반성하고 달라지기로 했습니다. 나에게 깨달음을 준 책들은 마치 나와 마주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말에 눈을 쏟기도 했고, 한바탕 웃기도 했고, 용기와 희망을 품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사람에게 하나씩 받으며 제 자신을 성장시켰습니다. 받는 행위,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을 가짐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조건 없이 주는 이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받았으면 다시 나누라고.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성공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닌데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부러워할만한 성과를 낸 거도 아닌데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성공한 삶, 부러워할 삶이 아니어도 내가 살아낸 삶 자체로 가치가 있었습니다. 그걸 깨닫기까지 꽤 오래 걸렸던 것 같습니다. 무턱대고 책을 쓰겠다고 달려들었지만 결국 책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으니 말입니다. 4년 만에 책을 내고 그 안에 담은 내용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살아오며 겪은 일, 실수와 실패를 통해 얻은 것, 잘못을 반성하며 깨달은 것들을 담았습니다. 숨김없이 거짓 없이 적었습니다. 내 진심이 전해지길 바라는 욕심만 냈습니다. 이런 욕심은 더 부려도 되는 것 같습니다. 욕심이 커질수록 제가 가진 것들도 가치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보잘것없다고 여겼던 경험들조차 누군가에겐 삶을 뒤흔들 이야기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저는 글쓰기에 진심입니다. 매일 글을 쓰면서 저를 단련하는 이유도 제 진심을 더 많이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저 자신을 하찮게 여기지 않기에 제가 쓰는 글도 가치 있다고 믿습니다. 유려하고 통찰 있는 글은 아니지만 적어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가늘고 길게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글을 쓰고 싶을 뿐입니다. 생명력이 긴 만큼 오래 남아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 테니까요. 장나라 씨처럼 수백억을 기부하고 봉사활동을 기꺼이 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가치를 나누고자 합니다. 외형은 달라도 장나라 씨나 저나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가치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통해 내 주변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2학기를 시작한 큰딸이 반 부회장 선거에 나간다고 합니다.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용기를 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도 학급 부회장을 한 번 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름 리더십도 있고 사교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의 저와 달라서 다행입니다. 감투를 쓴다는 건 봉사를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봉사는 기꺼이 나누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몸을 움직여 불편을 해소해줄 수도 있고, 마음을 움직여 보듬어 줄 수도 있을 겁니다. 분명 큰딸도 자신만의 장점과 나눌 수 있는 무엇을 갖고 있습니다. 진심은 어떻게든 전해진다고 믿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한다면 작든 크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면 오래오래 깊이 기억될 것입니다.



2022. 08.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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