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을 때
한 번 더 참아내는 사람

by 김형준

2022. 08. 31. 07:36



시계는 멈춰도 시간은 흐릅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깝다고 가둬둘 수도 없습니다. 가둬지지도 않을 테고요. 흐르는 건 어딘가에 닿게 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흐르는 시간만큼은 영원히 닿는 곳이 없습니다. 지금 나를 스쳐간 시간은 영원히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흐르는 시간이지만 저마다 닿는 곳은 달라집니다. 같은 시간 안에 있지만 어떤 모습으로 사느냐에 따라 미래의 '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내가 바라는 나를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포기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단골 카페 같은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어제와 다름없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한 무리의 사람이 청소기가 빨아들이듯 지하철 입구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떠밀리듯 욱여넣고 옆사람의 호흡을 느끼며 손에 든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체 내릴 곳을 향해 몸을 옮깁니다. 시선은 스마트폰에 가 있지만 머릿속은 이미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어제 못 쓴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작성된 기안을 결재받기 위해 답을 준비하고, 아이디어 회의에서 발표할 내용을 정리합니다. 자칫 실수라도 했을 때 이어질 상사의 질타에 고개를 가로 젔습니다. 점심에는 술로 망가진 속을 김치찌개로 달래려 마음먹습니다. 한편으로 삼일 째 이어질 회식에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립니다. 일하고, 욕먹고, 술을 먹고 나니 물에 젖은 휴지뭉치처럼 무거워진 몸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내일 다시 이어질 똑같은 일상을 떠올리며 잠을 잡니다.


누구에게는 부러운 일상일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에겐 벗어나고 싶은 일상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을 살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게 우리들입니다. 더 나은 삶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저마다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취준생에게는 직장인의 일상을 부러워하고, 직장인은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삶을 사는 사람을 부러워할 것입니다. 어떤 삶 속에 살더라도 누구나 더 나은 삶을 바라게 됩니다. 그런 바람 때문에 지금보다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노력할 것입니다. 불행히도 노력한다고 모두 원하는 삶을 얻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노력해도 얻지 못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는 '포기'가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은 2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동안 5년 가까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직장과 읽고 쓰기를 함께 해오고 있습니다. 4년 8개월, 짧은 시간은 아닐 것입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바라는 모습을 상상하며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취준생은 직장인을, 직장인은 파이어족을, 은퇴를 앞둔 이는 또 다른 자신을 상상할 것입니다. 저도 출발은 같았습니다. 은퇴를 준비하며 남은 삶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결심을 세우고 계획을 짜 매일 해야 할 일을 정했습니다. 쓰기 위해 읽고, 읽기 위해 또 썼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왔습니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저를 조금씩 작가라는 정체성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인생을 바꾸고 대중을 움직일 만큼 유명한 책은 아직 못썼습니다. 그런 책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 20년째 이어지는 직장 생활도 조만간 그만둘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직장을 그만둘 때 내가 바라는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 희망, 기대를 갖게 된 건 매일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내가 정한 것들, 읽고 쓰는 걸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빈 화면을 마주해도 안 써지는 날이 있었지만 몇 자라도 적었습니다. 아무리 정신없이 하루를 살아도 몇 장이라도 읽었습니다. 지치고 힘들 땐 할 수 있는 만큼만 했습니다. 내 몸과 마음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쉬어주고 나면 또다시 힘이 났습니다. 반복이었습니다. 기계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비와 휴식이 필요한 것처럼요.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제 자신을 다그치기도 했고, 마음껏 풀어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쌓인 덕분에 지금은 바라는 나를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 순간에 완성을 바라지도, 그렇게 될 수도 없기에 오늘도 그저 정해놓은 대로 이어갈 뿐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도 같은 일상을 살아내기에 내일은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나 자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대가 채워지면서 내가 꿈꾸는, 갖고 싶은 삶도 이루게 될 거라 믿습니다.


어떤 삶이든 포기하지 않았을 때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쳇바퀴 도는 월급쟁이 삶도 포기하지 않았기에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삶도 마찬가지일 테고. 이제 중학생, 사춘기를 지나는 큰딸에겐 무한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도 많을 겁니다. 바라는 걸 다 이루고 살면 그것만큼 충만한 삶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삶도 살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결정하는 게 '포기'라고 생각합니다. 바라는 무언가 있다면 끝까지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포기하지 않는 게 성공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으로요. 성공은 저마다의 기준입니다. 내가 바라는 삶대로 사는 게 가장 큰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누구와 비교도, 누구의 인정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내가 정한 목표대로 내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게 성공입니다. 다만 스스로 포기해 원하는 삶에서 멀어지는 실수를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포기를 멀리하며 원하는 삶을 꼭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딸에게 전해주고 싶은 단 하나의 바람입니다.


2022. 08. 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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