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21. 07:49
맛집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자주 봅니다. 2++ 한우를 아무리 맛있게 먹어도 직접 먹어보지 않고는 그 맛을 알 수 없습니다. 제 아무리 기가 막히게 맛을 표현해도 직접 와닿지 않습니다. 그저 입속에 침만 고일뿐입니다. 음식은 직접 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습니다. 극찬을 아끼지 않은 맛집도 내가 먹어보면 그저 그럴 수도 있습니다. 뭐든 직접 경험해 보는 것만큼 확실히 내 것이 되는 건 없을 겁니다. 친구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는 친구가 많지 않습니다. 적극적인 성격이 못돼 사람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사람도 가려 만나고, 다가가고 싶은 사람도 적었습니다. 계산하면서 가린 건 아닙니다. 그저 사람 만나는 게 편치 않은 성격입니다. 17살에 만난 친구를 아직도 만나고 있습니다. 55명이 한 반이었습니다. 졸업 후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는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는 셋입니다. 살면서 나를 위해 울어줄 세 명의 친구가 있으면 잘 산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이 셋은 저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친구라고 믿고 있습니다. 저 또한 셋을 위해서는 기꺼이 그럴 수 있습니다. 이들과 마음을 열고 지낼 수 있게 되기까지 꽤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이었습니다.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일주일이 멀다 하고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술자리와 끊이지 않는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때로는 의지도 하고, 대립도 하고, 위로와 응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삶 속으로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살을 부대끼며 진정한 친구가 되어갔습니다.
이렇게 오래 인연이 이어질지 처음엔 몰랐습니다. 자주 본다고 오래 만나야 된다는 의무감이 든 것도 아닙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나와 맞지 않는 생각도 있습니다. 내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가치관이 다른 건 당연하고요.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고, 경험을 나누게 되면서 서로에 대해서도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해를 한다는 건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겁니다.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상대를 인정하게 되면서 바라는 것도 줄었습니다. 바라는 게 없을 때 온전히 인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인정의 의미는 상대가 나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따지기보다 내가 상대에게 무얼 줄 수 있는지로 시선이 바뀌어 가는 겁니다. 다시 말해 받기보다 줄 수 있는 게 더 가치 있다는 걸 깨닫는 것입니다. 그것이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방학을 보내고 있는 큰딸은 친구와 놀 계획에 설레 합니다. 함께 논다는 건 그나마 마음이 맞는 친구일 겁니다. 어떤 친구를 사귀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딸이 전하는 말을 듣고 판단할 뿐입니다. 사춘기 때 만나는 친구가 중요하다고들 합니다. 아마 가치관이 새로 자리 잡는 시기라 여러모로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친구를 만나길 바랍니다. 어디까지나 아이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부모 기준에 따라 좋은 친구라며 소개해 줄 수도 없습니다. 아이와 부모의 기준이 다르니 쓸데없는 짓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아이에게만 맡겨야 할까요?
내가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음식은 먹어봐야 맛을 알고, 사람도 만나봐야 좋은 지 알 수 있습니다. 상대를 먼저 평가하려 들기보다 상대에게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겁니다. 판단은 상대의 몫입니다. 나도 내 기준에 따라 상대를 판단하듯이 말입니다. 먼저 주는 걸 아까워하면 마음이 맞는 친구를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음이 통하고 오래 할 수 있는 친구는 결국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섰을 때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진심을 담아 다가서는 걸 내가 먼저 하는 겁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줄 수 있다면 더 큰 걸 얻을 수 있는 게 인간관계입니다. 물론 사춘기인 딸이 이해하고 행동할 수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이런 원리를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진정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분명 나부터 좋은 친구가 되어주면 더 좋은 친구가 주변에 많아질 겁니다. 사람이 전부인 걸 사람을 통해 배우길 바라봅니다.
2022. 07. 21. 0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