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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Aug 21. 2022

오지랖 말고 관심만 보여주세요. 제발요.

솔선수범

- 아잇, 그렇게 하면 절대 안 돼. 그러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해. 그럼 딱 잘된다니까.


이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마치 너는 틀렸고 나만이 정답을 알고 있다는 지독히 권위적인 말투였기 때문이었다(지시받는 것을 못 견뎌하는 뼛속까지 ENTJ(지도자 타입)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연장자라지만 본인도 아직 완생 하지 못한 존재인데 나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나 싶었다.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게다가 내가 도와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Photo by Sookyong Lee

자연스레 선배 위치에 서게 되는 서른 즈음을 넘기면 마치 자신이 이뤄본 것이 성공의 정석인 양, 자신의 실패는 어쩔 수 없었던 것 마냥 후배들에 훈수를 두기 시작한다.


나도 그랬다.(지금도 정신줄 놓으면 아주 가끔 그러기도 한다. 반성한다.)


하지만 라떼 타령하는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입을 닫고 지갑을 열라는데 남들 앞에서 말하는 행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입 못 닫겠더라. 그래서 나름 절충안을 찾아냈다.


누군가가 조언을 구하면 내 이야기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참고할지는 질문자의 몫으로 남겨둔다. 내가 처했던 상황과 조건을 설명하고 어떤 어려운 점이 있었는지 뭘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지만 얘기하는 것이다. 내 경험이 절대 답을 갖고 있는 것 마냥 이래라저래라 훈수 는 선넘고 싶지는 않은 거다.


상대가 원할 때는 애정이고 다정이다. 하지만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서는 건 관심 인척 하는 간섭이요 오지랖이다.


나는 교육방식에 있어 우리 부모님을 굉장히 존경한다. 내가, 우리  남매가 무엇을 하고 싶다, 무엇을 하겠다 할 때 '하지 말아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으셨다. 지금까지 그런 말을 들은 경우는 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 네가 해보고 싶으면 한번 해봐. 그런데 이런 부분이 힘들고 어렵다던데 한번 더 생각해보고 잘 알아보고.


대신 살아줄 수 있는 인생이 아니기에 스스로 헤쳐나가고 책임질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하고 싶으셨단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부모라도 먼저 시작했다고, 먼저 해봤다고 함부로 (내 것이 아닌) 타인 인생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왈가왈부하는 것은 월권이라 생각한.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충분히 느끼든 스포츠카를 타고 폼 내며 빠르게 적지만을 향하든 틀린 것은 없다. 가치관에 따라 인생을 채우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난 잘난 사람이니  넌 내 말만 잘 들으면 돼' 식으로 충고를 하고 싶다면 그 잘난 모습을 행실로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 굳이 말로 잘났음을 표현하는 것은 빈수레가 요란한 것 같구차해 보인다.



가수 장기하의 노래 중 '네가 나로 살아봤냐, 아니잖아' 대목을 좋아한다. 우리는 각자 다른 부모,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각자 독보적인 유니크한 존재다. 하물며 동기간은 물론이요 동일 환경에서 자라는 쌍둥이어도 절대 똑같지 않은 성향을 갖고 각자 인생을


그런데 어떻게 감히 누가 남의 인생을 논하겠냐 말이다. 나이가 얼마든 간에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인데 남까지 신경 쓰는 건 오지랖인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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