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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 이모야 Apr 24. 2019

너는 날 아니?!

너는 할 수 있어!  너니까

'멀쩡하게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라고 표현하고 싶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멀. 쩡. 히. 잘 다니던 회사가 아니었으니까. 이래저래 삐걱거리고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힘들 줄 알면서도 그 정도를 과소평가한 내 잘못이었다. 감당할 자신이 있어서 덤볐던 게 아니었다. 일을 다 시작했을  당시에 하고 싶었던 일이 따로 있었지만 당장 수중에 돈이 없기에 덥석 시작한 거다. 얼마 남지않은 돈을 깎아먹으며 지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해지도록 1년을 버텼다. 통장잔고 외엔 모든 것이 마이너스였던 서글픈 미련함이였다. 그나마 내가 하고 싶던, 그 일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어서 버티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연초 목표치에 근접하게 돈은 꽤나 모아졌는데 더 큰 난관이 생겼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더미를 치열하게 방어하느라 진정 내 일에 쏟을 열정이 식어버렸다. 아직 열기가 남은 줄 알았는데 마음속에 자국만 남아있더라.


고작 1년이 지났을 뿐인데... 조금이라도 편한 삶에 안주하고 싶은, 늘어지는 나이를  얻은 것일까. 그래도 다시 불을 지펴서 시작하고 싶었다. 혼자서 아등바등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녔지만 불씨를 살려낼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려웠다.


Photo by Sookyong Lee


- 준비한다는 건 잘 돼가?

본인 코가 석자인 사람들이 오지랖 넓게 물어본다.


- 아니, 그냥 놀고 있어.


- 허허, 네가 그냥 백수라 해도 걱정이 안 돼. 뭐든 잘 해내니까.


나도 나를 모르겠는데 마치 나를 다 아는 것 마툭하니 쏟아내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나를 믿고 지지하는 응원의 말이겠지만 나는 무조건 그래야만 하는 사람으로 명명하는 것 같이 느껴져 엄청난 무게의 갑옷을 입고 전장 속으로 등 떠밀려 간 기분이었다. 아직 방향도 모르겠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엄청난 부담과 압박이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겐 관심이 필요한 건 맞지만 미안하게도 관섭은 절대 사양이다. 특히나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람에게는 티 내지 않는 관심이나 따뜻한 허그면 충분하지 않을까.

 



괜한 말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사람 주저앉히지 맙시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머릿속은 오만가지 생각으로 가득하고 마음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널뛰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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