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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붙들어준 문장들

by Lamie

나를 붙들어준 문장들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늘 누군가의 말에 기대어 살아왔다는 걸.

남편의 말에 무너지고,

아이의 눈빛에 흔들리고,

심지어 지나가던 사람의 한마디에도

내 하루는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정말이지 이상하게도,

나를 붙잡아 준 건

누구의 말도 아니고,

내가 적어두었던 문장 한 줄이었다.


“나는 정리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무너져도 되는 사람은 아니다.”


그 문장을 나는

서랍 안, 일기장, 그림 뒷면,

심지어 냉장고 자석 사이에

작은 쪽지로 남겼다.


내가 나에게 쓴 말들.

누구도 읽지 못하지만

나만은 기억하는 문장들.


“감정은 사라지지 않아.

그저 이해받기를 기다릴 뿐.”


“나는 핑계가 아니라,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사람이다.”


“오늘도 울지 않고 지나온 내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이 문장들이 없었다면

나는 내 마음을 오롯이 지켜내지 못했을 것이다.


남편은 여전히 그 말을 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말.

들어줄게,라는 말.

너무 고생했지,라는 말.

무어든 마음대로 해봐. 맘 편히.라는 말.


그래서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너무 고생했지.”


그 한 마디에

나는 숨을 들이켤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를 보듬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다면,

내게라도 닿아야 하니까.


내 글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연대다.

나와 나 사이의 약속이다.

그 문장을 다시 읽을 때면,

내 안의 흐트러진 것들이

조금은 가라앉는다.


나를 붙들어준 건 결국,

내가 내 마음에 적어두었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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