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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지지 않는 말, 닿지 않는 마음

by Lamie


나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다.

명상, 그림, 글쓰기, 다이어리, 정리 정돈, 깊은 숨 쉬기,

마음을 비우기, 마음을 다지기, 마음을 내려놓기.

어쩌면 다 헛발질이었다.

치유라고 생각했지만,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왜 그랬을까.


남편의 말 한마디, 시선 한 번,

지적 하나에 내 마음이 휘청거린다.

“그러게 좀 치우지.”

“넌 왜 늘 그래?”

“그게 그렇게 힘드냐?”


무시. 비난. 깔봄.

이게 내 삶을 삼켜버린다.

내 존재를 줄이고,

내 감정을 말살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가만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게 정말 그렇게 중요한가?”

“나는 그 존중을 마땅히 받아야 하는가?”

“아니, 애초에 왜 나는 그 존중을 그토록 갈망하는가?”


내가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

쌓여 있는 책, 쓰다 만 스케치북,

식탁 위에 남겨진 머그컵 하나.

그것들이 문제일까?


아니다.

정작 나를 무너뜨리는 건

내 마음이 그에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사실.

내 감정이 뭉개지고, 무시되고, 해석되지 않는다는 고통.


말을 해도 돌아오는 건,

논리적인 설명, 해결책, 혹은 더 큰 비난뿐이다.

“그건 네가 정리를 안 했기 때문이야.”

“그러니까 너는 늘 감정적인 거야.”

“너는 항상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그가 놓친 것은,

내가 단 한 번이라도

“그랬구나”

“힘들었겠다”

“내가 너무 몰랐구나”

그 말 한마디를 들었더라면

나는 이토록 긴 싸움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도 내 안에서 외친다.

“제발, 한 번만 나를 들어줘.

내 마음이, 네게 닿을 수 있게 해줘.”


하지만 그는 듣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


이 모든 치유가

헛된 것처럼 보여도,

그래도 나는,

그 말 하나

내 안에서만큼은

뭉개지지 않게 품고 있다.


그것이 내 마지막 조각 같은 마음이다.

존중받고 싶다는,

그 작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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