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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이렇지?

오랜 침묵과 서운함, 정당한 보상과 존중에 대한 갈망

by Lamie



집은 공동 명의다.

그건 내가 주장했다.

전세는 남편 이름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번엔 나도 절반의 이름을 갖겠다고,

말하고 설득하고 꿋꿋이 요구했다.


그런데도 아직 이 집에서 나는

어딘가 주인답지 않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존재는 반인데, 책임은 전부인 느낌.

존중은 없이, 의무만 있는 곳.

그도 그렇게 느끼려나? 혼자 일한다고? 가정 경제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고?


며칠 전, 친구가 물었다.

“남편은 선물도 안 해줬어?”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남았다.

처음엔 그냥 넘기려 했다.

근데 그 말이 내 머릿속을 자꾸 맴돌았다.


친구 말로는,

요즘은 아이 대학 보내고 나면

남편들이 아내에게 돈도 주고,

고생했다며 여행도 보내준다더라.

“넌 딸 유학도 보내고, 대학도 잘 보냈잖아.

근데 너한테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 없다는 게 더 이상하다.”

그 친구의 눈에는

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서 아버님이

아이 학비하라고 남편에게 돈을 주셨다.

분명 아이를 위한 돈이었지만,

아버님은 ‘며느리’에게는 주지 않으셨다.

고생했다고 말 한마디만 해주셨다. 잘했다고 하셨다.

그 말씀만으로도 충분했다.

친구 말을 듣고 보니 조금 바래도 되지 않나? 싶었다.

아들의 성공적인 대학 진입이 남았고, 마음이 무겁다.


물론 바라는 선물이나 돈을 바라며 산 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그렇다.

오래 버틴 사람일수록

작은 인정, 작디작은 존중이 간절해진다.


나는 늘 주는 사람 쪽에 있었다.

아이들을 챙기고, 집안을 돌보고,

돈을 벌었던 시절에도

집과 일, 그 모든 걸 함께 책임졌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집안일 좀 제대로 해.”

“아들 공부 좀 시켜.”

끝없는 핀잔과 원망뿐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러다 포기했다. 내가 감당할 만큼만 하고, 좀 더러워도 욕심내지 말자고… 내가 살아야 했다.

내 100%를 소진하고도 늘 보이는 풍경은 엉망이다.

그저 완벽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다.



도움이 간절했던 나는 반조리 식품 서비스도 받아보고 (조리하느라 녹다운 됐다. ㅜㅜ 저질 체력이다) 그나마 그게 위안이 되었었다.


가끔 청소 서비스도 받았다. 아주 가끔…

내 주변 직장맘들은 매주 오셨던 거에 비하면 나도 참 나를 위한 것에 인색하다.


나는 묻고 싶다.

정말 이게 정상인가?

내가 너무 과한 기대를 한 걸까?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그저 감사를 바란 것뿐인데,

그조차 너무 먼 욕심이었을까?


친구가 던진 한 마디가

내 안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파문을 남기고 있다.


대체 왜 이렇지?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건지,

모른 척 살아온 건지,

혹은 너무 오래 참아온 탓인지.


그래서 오늘도 나는

작은 질문 하나를 되뇐다.


내가 받은 것과 잃은 것,

그 무게는 정말 공평했을까?




분노에서 슬픔,

그리고 내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면에서 끊임없이 괴롭힌다.

너의 미완성을 변호하고, “핑계”를 만드는 거야? 라는 소리가 울린다. 내가 나에게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내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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