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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허락한 하루

내 마음 가는 대로 살아보자

by Lamie

나에게만 허락된 하루


그날은 평범한 수요일이었다.

딸은 학교에 가고, 남편은 출근했다.

집엔 아무도 없었다.

문득, 정말 오랜만에

‘오늘 하루, 나를 위해 써보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청소도 하지 않았다.

빨래도 개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보기로 했다.


커피를 내리고,

햇살이 잘 드는 자리에 앉았다.

커피잔은 따뜻했고,

내 무릎 위엔 그림 스케치북이 얹혀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그었다.

색을 칠했고, 다시 덧칠했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건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심사받을 것도, 평가받을 것도 아니니까.


점심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차렸다.

마늘을 듬뿍 넣은 파스타.

남편은 싫어하는 맛이지만,

오늘은 나 혼자니까.


소파에 누워 잤다.

휴대폰은 무음으로 바꿔두었다.

처음으로,

세상이 잠깐 멀어진 기분이었다.

책 한 권을 꺼내 읽다 말고,

그림을 그리다 말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났다.


나는 이렇게 살아도 되는 사람이었구나.


그날은 나에게만 허락된 하루였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고,

내 감정을 문제 삼지 않는

정말 드문 하루.


집으로 돌아온 아이는,

내가 오늘 뭘 했는지 묻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날 저녁,

우리는 오랜만에

같은 드라마를 보며 웃었다.


하루는 짧았지만,

그 하루는 내 안에 남아

다시 살아갈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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