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에서 나를 보다
“너 왜 그렇게 살아?”
친구가 말했다.
그 말이 처음엔 날카롭게 들렸다.
마치 내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근데… 그게 아니었다.
친구의 말투는 부드러웠고,
그 안에는 묵직한 아픔과 아쉬움이 있었다.
나를 위하는 마음이 너무 선명해서 더 울컥했다.
“너 오래 일했잖아.
진짜 얼마나 애썼는데.
딸 유학도 보내고, 대학도 잘 보냈고.
이제는 너한테도 선물 하나 해줘야 하는 거 아냐?”
나는 말이 막혔다.
그렇게 말해준 사람이,
지금까지 없었다.
나는 늘
‘아직 부족해’
‘더 해야 해’
‘이 정도로는 안 돼’
그런 식으로 나를 채찍질하며 살아왔다.
“집 살 때도 대출 갚고,
사원 대출 받은 거도 다 갚고,
네 집이잖아.
근데 왜 네가 주인 같지가 않아?
왜 눈치 보며 살아 ”
그 말에 나는 웃지 못했다.
울지도 못했다.
맞다.
분명히 이 집은 내 이름으로도 돼 있다.
내 손으로 바닥을 닦고,
커튼을 골랐고,
아이들의 키를 재고,
벽지 위에 그 작은 흔적들을 새겼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집 안에서
늘 게으른 일꾼처럼, 침입자처럼, 손님처럼, 죄인처럼 살고 있었을까?
친구는 내게
‘넌 지금까지 참 수고하고 잘했어’고 말해주었다.
그 한 마디가 너무 낯설었다.
그동안 너무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는데
막상 듣자니,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날 이후,
나는 조용히 내 거울을 다시 들여다봤다.
피곤에 지쳐 퍼져 있던 얼굴,
웃지 않은 지 오래된 눈매,
그런데도 그 안에
무너지지 않고 애써 버티고 있는
한 사람의 존재가 있었다.
“넌 잘했어.”
친구가 아닌 내가
나에게 그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아직은 조금 어색하지만,
이젠 그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눈에서 비친
내 삶의 조각들이
조금씩, 나의 자리를 되찾아주고 있다.
넌 잘했어
내면에서 밖으로 조금씩 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