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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순댕 Apr 20. 2023

곡우

마음먹기에 따라

[곡우] 2023.04.20


봄비가 내려 온갖 곡식을 윤택하게 하는 여섯 번째 절기로,
모 심기에 필요한 비가 내린다.

절기는 농사를 위해 제정된 것이라 날씨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절기 글을 쓰면서부터 해당하는 날의 날씨가 궁금해졌다. ‘춘분‘에는 비가 올지, ‘청명‘에는 날씨가 맑은지, 그리고 어젯밤엔 내일 ‘곡우’에는 비가 내릴지 궁금해하며 아침에 눈을 떴더니, 당장이라도 빗방울을 뿌릴 듯이 흐린 날씨였다. (비가 오진 않았다.)

나는 맑은 날씨를 좋아한다.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어떤 이들은 세차게 비가 오는 날을, 흐릿한 날을, 구름 낀 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콕 집어서 ‘맑은 날‘을 골라본다. 하얀 구름이 두둥실 떠다니는 파란 하늘이 내 마음과 동기화되어 기분도 맑아지는 듯하기 때문인데, 오늘 아침 눈떠서 확인한 하늘이 퀴퀴한 색의 흐릿한 하늘을 보니 안도감이 드는 나 자신이 좀 우스웠다.

나의 기분이 날씨와 동기화되는 이유가 그날의 온도, 습도 변화에 따른 기묘한 호르몬의 변화 일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런 기분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지난날 봤던 영화에서 주인공의 슬픔 정도를 세차게 내리는 비로, 기쁜 마음을 맑은 하늘로 표현하는 것이 머릿속에 은은히 박혀서, 회색빛 하늘을 보면서 지금 내 마음도 그러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철쭉이 많이 폈다.


나무에 물이 많이 오르는 시기로,
나무에서 채취한 수액을 마시는 ‘곡우물 마시기‘를 한다.

요즘 자연을 따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쑥이 나올 땐, 쑥을 뜯어 쑥떡을 만들고, 진달래가 필 때,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고, 앵두가 열리는 때엔 앵두화채를 만들어 먹으며, 봉숭아가 필 때면 손톱에 주홍색 물을 들이면서 그렇게 살면 좋겠다고.

올해는 절기를 ‘기록‘하면서 지나가지만,

내년엔 절기를 ‘경험’하며 지내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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