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히어로의 커튼콜
주인장, 나는 저 아래 골목에 있는 선라이즈 클럽에서 연주를 하는 자코라고 하오. 이 근방에선 꽤나 유명한데 들어본 적 있지 않소? 내가 오늘 정신없이 나오는 바람에 술값을 미처 챙기지 못했소. 하지만 내가 이틀 후에 꼭 드리리다. 메릴린 - 메릴린, 날 알지 않소? 지난주 선라이즈 클럽에 빨간 드레스를 입고 왔던 것 같은데... 이 자에게 내가 얼마나 대단한 베이시스트인지 말 좀 해주오. 메릴린이 아니라면 내가 착각했나 보오... 샌디, 샌디였어. 당신의 이름은 샌디! 아, 그래서 말이오 주인장, 이틀만 주시게. 내가 이 은혜는 잊지 않고 선라이즈 클럽에서 당신의 바를 크게 광고해 주겠소! 로잘린! 말 좀 해주게나. 주인장이 음악에 문외한인가 보오.
- 손님, 이 주정뱅이를 아십니까? 본인을 자코라고 하던데...
- 자코? 베이스에서 신의 음성을 낸다는 그 자코 말입니까? 자코는 저런 망나니 일리가 없습니다. 그의 연주만 보아도 얼마나 우아하고 세련됐는지요.
주인장이 다른 손님에게 말을 거는 사이 주정뱅이는 지하 술집을 빠져나오려 계단을 향해 냅다 달렸다. 술값을 받지 못한 주인장은 흥분하여 그를 뒤쫓아가 빈 맥주병으로 그의 머리통을 세게 내리쳤다. 주정뱅이는 힘없이 풀썩 쓰러졌다.
1987년 9월 23일 아침 속보: 베이스 히어로 자코 패스토리어스, 길거리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다!
Oct. 8th of 2021
자코는 돈이 너무 없어 얹혀살던 친구 집에 손님이 오면 피자 한 조각만 사달라고 구걸했다고 한다. 평소 자코를 흠모하던 친구의 손님은 두 조각도, 세 조각도 사주겠다고 하자 자코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속옷도 걸치지 않고 집 밖으로 튀어 나갔다고 한다. 필자도 피자를 좋아하니 훌륭한 베이시스트는 피자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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