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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산 Oct 10. 2021

[10/10] 신성한 금요일

Duke Ellington and His Orchestra - Take the 'A' Train

   "루카, 저 멀리 경적 소리가 들리는군. 오늘 마지막 기차인가?"

   "그렇네. 오늘 금요일이지 않은가? 얼른 퇴근하고 고아원에 봉사하러 가야 하네."

   "역시 자네는 신의 뜻대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군. 멋진 친구야."

오슈비엥침을 가로지른 8량 화물 열차는 어느덧 거대한 벽돌 문을 통과하여 속도를 줄였다.

   "벤, 고생했네. 오늘 그 여자와 데이트가 있지 않은가? 크라쿠프 시내에서 만난 어떤 폴란드 여자... 이름이 마리였나? 어서 집에 가서 단장을 하게나. 짐은 나와 루카가 알아서 꺼내 정리하겠네."

   "고맙네. 오늘도 짐이 한가득일세."

거대한 나무 문이 열리자 얼굴이 까맣게 질린 사람들이 포개져 있었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방법을 잊은 사람들은 햇빛에 눈이 멀어 짐칸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어나! 빨리빨리 줄 서라고! 아이와 여자, 그리고 노인은 왼쪽, 젊은 남자는 오른쪽으로 서시오!"

눈이 먼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어른들의 입막음으로 멎어 들었다.


다들 신의 뜻을 받아들인 게야. 암, 그렇고말고. 루카는 마음속 기도를 올리며 신성한 금요일의 노동을 마무리했다.


Oct. 10th of 2021


1월의 아우슈비츠



Duke Ellington - Caravan (Michel Gondry - Mood Indigo [2013] 중)

<이터널 선샤인>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 감독은 듀크 엘링턴의 열정적인 팬이다. 그의 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무드 인디고>는 2013년에 개봉했다.  'Take the "A" Train'의 경쾌한 피아노와 브라스의 소리가 <무드 인디고>의 시작을 연다. 이뿐만 아니라 <수면의 과학 (2006)>를 포함한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듀크 엘링턴을 향한 무한한 애정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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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e Ellington - Mood Indigo

Ella Fitzgerald, Duke Ellington - It Don't Mean A Thing (If It Ain't Got That S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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