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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산 Oct 11. 2021

[10/11] 김치찌개와 테너 색소폰

Stan Getz, João Gilberto, Astrud Gilberto - The Girl from Ipanema

스물여덟 살 영찬은 이따금 상상한다. 좁지만 안락한 무대에서 노란 조명을 받으며 화려한 테너 색소폰 솔로를 하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이에 매료된 아름다운 여자들을. 1부 무대가 끝나면 수줍게 무대 쪽으로 걸어 나와 연주 후 일정을 물어보겠지. 그 수줍은 물음 끝에는 그녀가 잔뜩 마신 와인의 향기가 스칠 것이다. 근육질 몸과 잘생긴 얼굴을 갖고 유려한 멘트를 흘려대는 알파메일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가냘픈 몸에, 수척한 얼굴, 그리고 허공을 바라보며 공상하는 우수에 찬 눈빛을 가진 나의 시대가 올 것이다. 난데없이 '힙'의 상징이 되어버린 '쳇 베이커'가 바로 그 증거다.


엄마! 나 일본 보내줘요. 일본 언더그라운드 재즈 신에서 시작을 하는 게 좋겠어요. 나와 함께 할 피아니스트, 베이시스트, 드러머를 구해야겠어요. 흠... 아니면 피아니스트 없는 색소폰 트리오로 개성을 살리는 것도 방법일 것 같아요. 한국은 인프라도 부족하고 무대도 없어요. 내가 일본에서 성공하면 계절마다 투어를 다닐 거예요. 루이지애나, 뉴욕... 걱정은 마요. 이태원 재즈 클럽에서 날 게스트로 초대해 줄 거예요.


하루키도 스탄 게츠를 너무 좋아해서 재즈카페도 인수하고, 또 직접 만나보겠다고 무작정 미국으로 갔다던데... 그리고 성공했잖아요. 내가 재즈 카페 사달래요? 미국 보내달래요? 일본이잖아요. 비행기 두 시간만 타면 되는 일본. 왜 그것도 못해주는 거예요? 진짜 미워! 엄마 미워!


영찬은 방문을 잠그고 하얀 벽지를 손톱으로 벅벅 긁어내며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을 탓한다. 내가 지루한 중소기업 사무실의 회색 파티션에 둘러싸여 심장마비로 죽게 된다면 다 엄마 때문이야. 이 거지 같은 가족, 거지 같은 세상! 굳게 잠긴 방문 틈 사이로 돼지고기 김치찌개 냄새가 스며온다.


Oct. 11th of 2021


Stan Getz Chet Baker 더불어  재즈 시대의 대표 아티스트  하나이다. 당시 '' 지금의 '' 다르게 '현대적인'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현란한 비브라토와 스윙, 그리고 무지하게 빠른 비밥의 시대가 지나고  재즈의 시대가 도래하자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재즈 뮤지션들인기가 사그라들었다. 하루키의 <잡문집>에는 그가 Stan Getz 너무 좋아해 무작정 그의  앞에 찾아가 기다리다 그와 조우한 이야기가 나온다. 여러분의 아이돌은 Stan Getz처럼 여러분을 만나 주지도 않을 뿐더러 하루키의 이러한 사생팬 짓거리는 범죄이므로 따라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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