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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산 Oct 13. 2021

[10/13] 태키 태키 스파게티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 - Caravan (with Duke Ellington)


이름 없는 남성 3: 제 인생영화는 <라라랜드>에요. 제가 재즈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피아노 소리도 너무 좋구...


#식당이 암전 되고 핀 조명이 '나'를 쏜다.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독백을 시작한다.


나: 오, 라라랜드! 오프닝 시퀀스 후 차라리 러시아 미사일 탄두가 LA의 꽉 막힌 고속도로에 떨어져 (쿵! S.E) 네~ 이렇게 미국 음악은 망했습니다! (브라스 S.E)라고 했다면 현대미술의 정점으로라도 길이 남았을 작품! 세바스챤보다는 세바스띠앙~이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은 라이언 고슬링이,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고용된 사업장에서 사측이 부여한 업무를 하지 않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려 한 이유로 해고를 당했어! 그런데 이 당연한 것에 대해 엉엉 울고 식탁을 팡팡 치면서 억울해하는 장면부터 몰입이라는 감각이 소멸해버렸어요!  오, 라이언 씨,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어요. <크레이지 스튜피드 러브>에서는 엠마 스톤 씨와 너무 훌륭했어요. I love that crazy ass movie!


그리고 업장에서 독단적인 행동을 할 거라면 영웅적인 면모를 지니거나 적어도 그럴듯한 간지라도 날 것이지. 훅하지도 않고, 블루지하지도 않고 스윙하지도 않은 태키(Tacky: 싸구려의, 저급한)한 리프 솔 시레 솔~ 솔파레... 시티 오브 스타스~ (멜로디 S.E.) 으악! 쏘 태키! 태키! 감독님! 재즈광이라면서요! 전작 <위플래시>는 그렇게 매니악하게 만들어놓고 시티 오브 스타스~가 말이 되는 전개입니까? 세상에서 빌보드에 실리는 할리우드 탑 여배우가 되는 게 제일 쉬웠어요! 를 찍고 있는 엠마 스톤을 보라구요! 그 잘난 여배우가 옛 연인이 운영하는, 다 망한 줄 알았더니 갑자기 잘 나가는 재즈바에 들어가 피아노 치는 구남친을 바라본다? 어딘가 65% 우디 앨런스럽지만 태키한 결말이지요! 하나도 아련하지 않은 마지막 두둥실 댄스신! 세바스띠앙씨가 정신 차리고 존 레전드의 세션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전개였을 거예요!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태키! 태키! 모든 것이 태키해! (관객을 바라본다) 내 머릿속 '태키! 태키!'가 더 리드미컬한 스윙이지 않나요? (이름 없는 남성 3을 바라본다) 제발 지금 내 앞에 앉아있는 이름 모를 남성이여, 재즈를 좋아한답시고 '시티 오브 스타스' 클립을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짓만은 하지 말아 주오! 제발!


# 핀 조명이 꺼지고 식당에 조명 F.I.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아있다.


나: 네~ 저도 재밌게 봤어요...(힘겹지만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개인적으로는 위플래시가 더 재밌었어요~!

이름 없는 남성 3: 와! 저 재즈 좋아하는 여자가 완전 이상형인데!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검색한다) 위플래시요? 라,이 래? 러,이 레? 거기도 재즈 나오나요?

나: 네~ 그럼요~ (안면근육을 최대한 구기며 웃는다)


#'나'는 흰 접시 위 다 식은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만다. 그 면을 다시 풀어헤치고 다시 포크로 돌돌 만다. 식당에는 '캐러밴'이 흘러나온다.


2막 1장 끝.


Oct. 13th of 2021


<위플래시>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플레처'(지휘자) 자살하는 장면을 포함하고 싶었으나  장면 없이도 관객이 충분히 영화의 메시지를 이해하리라 생각하여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안타깝게도 일부 코리안 관객들은 <위플래시> 보고 '죽을 만큼 노력하면 무엇이든   있다' 메시지를 얻어 당시 수험생들에게 필히  것을 권하는 사회풍조가 일었다. 또한 이 영화를 감명 깊게 본 과거 필자의 상사는 모든 부하직원들에게 꼭 영화를 볼 것을 당부하며 '앤드류'(드러머)의 자세로 안 되는 일도 되게 하라 명했다.


Play Next:

Art Blakey & the Jazz Messengers - Moanin'

John Wasson - Caravan [Original Motion Picture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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