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천 가교 아래 그늘진 바위에 가면 대한민국 블루스를 찾을 수 있다. 아침 아홉 시 이십 분이면 어김없이 바위에 앉아 알토 색소폰을 연주하는 고독한 뒷모습. 운동, 출근, 등교 따위로 분주한 사람들을 등진 채 낭만을 연주하는 진정한 뮤지션! 근면 성실 코리안 색소포니스트, 빨간 조끼 사내에 대해 알고 있는가?
하지만 블루스를 잊은 21세기 우둔한 코리안들은 빨간 조끼 사내를 가만두지 않는다. 동작구청 민원실 말단 공무원은 오늘도 따릉이를 타고 도림천을 달려 빨간 조끼 사내의 블루스를 멈추러 온다.
- 선생님, 여기 사람들이 시끄럽대요. 오늘로 두 달 하고 십 일째잖아요. 여기 앞에 어린이집에서도 시끄럽다 그러고, 저기 저 빌라 사람들도 시끄럽대요. 저도 민원실 아래 것이라 말도 못 하고 윗사람들한테 맨날 깨져요. 불쌍한 저를 봐서라도 이제 다른 데 가서 연주하시면 안 될까? 저 조금만 걸어내려가면 관악구청 관할 지역인데 차라리 거기 가서 부셔.
빨간 조끼 사내는 이내 색소폰을 입에서 뗀다. 말단 공무원은 사내의 가슴팍에 적힌 샛노란 '무적 • 해병'과 눈을 마주친다.
- 그렇다면... 마지막... 마지막 한 소절만 불도록 하지. 그럼 난 여한이 없어!
- 네, 선생님. 약속이에요~.
말단 공무원은 빨간 조끼 사내와 멀리 떨어진 바위에 앉는다. 사내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마지막 멜로디를 연주한다.
도.. 솔!!! 미.. 미♭~~~ 도!!!
- 휴... 자네 신촌 브루스는 아는가?
- 몰라요 선생님, 저 이제 서른 살이에요. 얼른 일어나셔, 오늘은 이만 들어가고 이제 우리 보지 맙시다. 갈게요~!
말단 공무원은 따릉이를 타고 구청으로 돌아간다. 그날 이후 도림천 블루스는 동작구청 민원실 서류에만 기록된 역사로 남았다.
Oct. 12th of 2021
Etta James 특유의 성대를 긁는 창법은 후에 Janis Joplin의 음악관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영화 <Burlesque>에서 Christina Aguilera는 Etta의 'Something's Got A Hold On Me'를 커버하여 불렀다. 그녀는 이 영화를 위해 평소 흠모하던 Etta의 창법을 열심히 연구했다고 한다. 함부로 따라하면 성대결절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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