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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소영 Aug 02. 2021

충분히 풀어주세요

너의작업실 매일글쓰기 1

요가원에 등록한지는 올해로 3년차인데 '수학의 정석 1장 집합'만 새까만 것처럼 나도 계속 제자리 걸음이다. 첫 해에는 등록한 것만으로 장하다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해줬고, 작년에는 좀 해볼려니 코로나 땜에 요가원이 오랫동안 문을 닫았다. 올해 다시 맘 먹고 시작하려는데 중간중간 공백이 많아 영 쌓이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8월 한달 동안 '요가'에 대한 글쓰기를 핑계로 요가원에 빠지지 않고 가볼 작정이다. 그렇게 내가 마음 먹었더니 요가원은 수요일부터 여름휴가라고 하더군ㅎ


요가의 기본자세라고 하는 다운독(개들이 기지개를 펴듯 엎드려서 손과 발은 바닥을 밀고, 엉덩이를 하늘로 들어올리는 자세)을 할 때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았다. 그것만도 몇개월이 걸렸다. 지금도 겨우 닿거나 닿았더라도 다리 뒤가 엄청나게 땡긴다. 여전히 내 몸은 많이 굳어 있다. 엉덩이를 바닥에 두고 척추를 세워 앉았다가 몸을 다리쪽으로 숙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다 얼굴이 다리에 닿지만 나는 얼마 못가 멈칫한다. 더 내려가지 않는다. 그럴때마다 요가쌤은 말한다. '억지로 숙이지 말라고, 오늘 갈 수 있는 만큼만 가면 된다고.' 그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처음엔 다른 사람들은 잘하는데 나만 안 내려가는 것 같아 괜히 신경이 쓰였다. 사실 사람들은 본인 동작에만 신경쓸 뿐 나에겐 관심을 두지 않는데 말이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내 동작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발바닥이 더 땅에 닿았는지, 허리가 더 숙여지는지 다른 사람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하게 되었다. 


요가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은 "충분히 풀어주세요"다. 전굴(앞으로 숙이는 동작)을 했을 때는 누워서 충분히 쉬라고 하고,  후굴(뒤로 젖히는 동작)을 했을 때는 앞으로 숙여서 쉬라고 한다. 근육에 힘을 많이 줬을 때는 반드시 이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신나게 하고 싶은거 하면서, 정신없이 내달렸던 지난 20대, 30대 시절은 다른 말로하면 내 몸을 돌보지 않았던 시간들이기도 하다. '긴장의 나날'을 지나 40대부터는 '이완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굳었던 몸도 풀고, 일에 있어서도 유연한 사람으로. 에너지를 많이 썼을 땐 꼭 충분히 풀어주기. 에너지를 써야할 땐 제대로 쓰기. 이완의 시간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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