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튜버라는 꿈
책을 정말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 작년에 읽은 책이 간신히 열세 권이 된 걸 보면 다독가는 못 된다. 하지만 '뭐라도 읽고 있는 상태'를 1년 내내 유지했던 걸 보면, 여전히 책을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Self Q&A : 나 사용 설명서 17화는, 내 마음 한 쪽에 자리 잡고 있는 꿈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어떤 리더(Reader)일까? 한 문장으로 말하면, 책을 그냥 읽기만 하는 게 죽어도 안 되는 사람이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는 문장을 만나면 핸드폰부터 꺼내든다. 곧바로 카메라를 켤 때도 있고, 때로는 메모앱에 직접 타이핑한다. 그렇게 하고도 혼자 읽고 넘어가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면, 약 800명의 팔로워가 있는 내 인스타그램에 공유한다.
내 마음을 움직인 문장들을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은 마음. 밴쿠버에서 독서인증모임을 운영하게 된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하다. 이처럼, 책 속의 좋은 문장들을 선별하고 거기에 내 시선을 얹어 누군가에게 건네주는 건 내게는 예전부터 익숙한 일이다. 행위 자체로 자유, 의미, 재미 세 가지를 동시에 주니 멈출 이유가 없다. 이 기쁨은 북컨텐츠를 만들 때도 그대로 발현됐다. 외부의 반응과는 관계없이 컨텐츠를 만들고 올리는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삶을 이런 일들로만 채운다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돈이 안 되니, 기쁨은 오래가지 못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실험해보고 싶다.
그날은 평소와 다를 것 없던 보통의 평일이었다. 퇴근하고 직접 만든 리조또를 앞에 두고, 오늘의 저녁을 함께 할 영상을 고르던 순간.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건, 처음 보는 유튜버의 '9월 독서결산' 영상이었다. 오늘은 이거다. 고민 없이 영상을 틀고 밥을 먹기 시작하는데, 시청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건 (철저한 시청자 입장으로) 다른 영상들을 볼 때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아, 나도 책 얘기 잘할 수 있는데.
‘적성을 찾는 방법’에 대해 이런 말이 있다.
남이 어떤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잘 됐을 때 진심으로 축하하고 같이 기뻐함 ->
내 분야 아님
축하는 하지만 막 질투 나고 나도 잘할 수 있을 거 같고 내가 더 잘하고 싶어 미치겠음 ->
이거 해야 함
식탁에서 독서결산 컨텐츠를 보는 나는 정확히 ‘이거 해야함’에 해당되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도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내가 더 잘하고 싶어서 발이 동동 굴러지는 상태. 책 소개 영상을 찍어보고 싶다고 느낀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진짜 하고 싶다’ 라는 마음이 든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그날 밤, 일기장을 펼쳐 <2025년 독서결산 컨텐츠 기획>을 투두리스트에 적었다. 그렇게 전반적인 흐름을 기획하고, 일주일에 한 권을 목표로 촬영용 스크립트를 틈틈이 짜기 시작했다. (대본까지 짰다는 건 진짜로 할 생각이었다는 뜻이다.)
이제 남은 단계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과 영상 편집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연말에 독서결산 컨텐츠를 올렸을까? ㅡ 못 올렸다. 아예 촬영을 시도도 안 했다. 작년에 열심히 써놓은 스크립트는 내 핸드폰 노트앱에 그대로 잠들어 있다. 이럴 때 보면 나도 내 자신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렀을 때는 언제고, 왜 안 하고 있을까?
‘왜 안 하고 있는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여러 가지 요소가 동시에 떠오르지만, 이유를 찾는 건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어떤 답이 나와도 핑계에 불과하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이 맞다면, 오늘 글을 계기로 멀지 않은 시기에 촬영버튼을 누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책 영상을 올리게 되면, 브런치에도 공유할게요!)
오늘의 질문
Q1. 글 속의 ‘이거 해야 함’이 묘사하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Q2. 어떤 일의 시작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요?
Q3. 시작하지 못한 일 중 가장 하고 싶은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