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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블리 Oct 28. 2024

어서 와, 아이엘츠는 처음이지?

유학 준비생에게 닥친 첫 번째 고비


이번 화에서는 호기롭게 캐나다 유학을 결심한 유학준비생에게 닥친 첫 번째 고비- 아이엘츠라는 무시무시한 공인 영어 시험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자칫 이야기가 지루해질까 싶어 시험 얘기는 건너뛰고 유준생의 두 번째 고비였던 ‘코로나19’ 로 넘어갈까 고민했지만, 내 유학 여정에서 아이엘츠 도전기를 빼놓기에는 어딘가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래의 세 가지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분이라면, 이번 화를 끝까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1. 해외 유학에 관심이 있고, 유학 준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최대한으로 아끼고 싶은 사람

2. 토익/오픽과 같이 국내에서 성행하는 시험 외에,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영어시험에 대해 궁금한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이엘츠 특유의 압박감에 지금 이 세상 그 누구보다 고통받고 있는 사람.





IELTS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들의 영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국제 표준화 시험으로, 주로 영어권 국가의 대학 진학 또는 해외 취업, 이민을 목표로 하는 이들이 응시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토익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읽기와 듣기 외에 쓰기와 말하기 영역이 추가된다는 것. 이때 스피킹 시험은 원어민 시험관과 1:1 대면으로 진행된다. 보통 시험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면 당신의 감은 정확하다.


아이엘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1)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응시하는 아카데믹 모듈, 2) 이민 또는 해외취업자들이 대상인 제너럴 모듈이다. 학교 진학이 목적이었던 나는 아카데믹을 준비해야 했다.


내가 가고자 하는 학교의 관광경영학과에서 요구하는 성적은 Overall 5.5. 그리고 네 과목 중 한 과목이라도 점수가 5 아래로 내려가면 재시험을 봐야 했다.

*아이엘츠는 9점이 만점이고, 각 영역별 점수의 평균을 내서 최종 Overall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이쯤에서 자주 묻는 질문 한 가지.


Q. 영어성적 없으면 유학 못 가나요?

A. 갈 수 있다. 대신, 시간과 비용을 더 투자해야 한다. 본인이 가고자 하는 컬리지/대학교와 연계되어 있는 어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특정 레벨에 도달하면 아이엘츠나 토플 성적 없이 입학이 가능하다. 이러한 입학 방식을 조건부 입학, 영어로는 패스웨이(Pathways)라고 한다. 즉, 학교 진학 전 학원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따라가기 위한 최소한의 영어 실력을 만들어 오라는 취지의 프로그램. 이 패스웨이 기간은 본인의 영어 실력에 따라 3개월이 될 수도, 1년이 될 수도 있다. 죽어도 아이엘츠를 보기 싫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영어에 투자할 시간과 돈이 있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옵션.


              

그렇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나는 이미 6개월의 어학연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조건부 입학은 내 선택지에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유학 준비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돈은 최대한으로 아끼고 싶었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영어 성적’은 있어야 나 스스로도 입학 자격이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정한 목표 기간은 단 한 달. 이 시험을 두 달이고 세 달이고 붙잡고 있고 싶지 않았고, 어차피 만들어야 하는 점수라면 빨리 따버려서 내 투두리스트에서 치우고 싶었다. 레벨테스트 결과는 5.5에서 6을 웃돌았으나, 여느 한국인들이 그렇듯 말하기&쓰기 영역에서 독학만으로 안정적인 점수를 받을 자신이 없었다. 종합반 수업으로 아이엘츠는 한 달 만에 끝내자. 이게 내 계획이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수험생 때만큼이나 더 열심히,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한 마음으로 공부했다. 성적 발표날이 되자 피가 마르기 시작했다. (이쯤에서 말하는데 시험 응시료는 그 당시 1회에 26만 원이었다.)



결과는, Overall 6.5의 점수로 한 번에 졸업했다. 아이엘츠 성적 발표일이 그 해 가장 기쁜 날이었다. 결국 해냈다는 성취감과 이 시험을 다시 보지 않아도 되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었다. 안도감이 조금 더 컸던 것 같다. 그만큼, 아이엘츠는 다시는 쳐다보기도 싫은 시험이었다.


아니,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이 난리야?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준비한 IELTS Writing 예시 문제.



Question: "What is the role of art in society? Discuss whether art should be funded by the government or should it be the responsibility of private individuals."

(해석)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예술은 정부에 의해 자금을 지원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개인의 책임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하시오. (250자 이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괴롭힌 아이엘츠 공부가 결코 헛되지 않았던 이유


‘아, 이래서 입학 요건으로 아이엘츠 점수가 있었던 거구나.’


캐나다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되면서 자연스레 든 생각이다. 기간 내에 점수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 불안함, 부담감을 견디며 아이엘츠 시험을 준비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아이엘츠라는 시험이 유학생에게 이렇게 도움이 된다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조금은 다른 마음가짐으로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따라왔다.


그래서, 지금 이 세상 어디에선가 압박감에 고통받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준비했다.

당신이 아이엘츠 공부를 조금은 가볍게 해도 되는 이유 세 가지!



첫 번째, 학교 수업 이해도와 과제 수행 능력이 말 그대로 수직상승 했다. 한국에서 아이엘츠 공부를 제대로 해놓은 덕분에, 학교에서 받는 수업 자료를 굳이 번역기에 돌릴 필요가 없었다.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는 그 단어만 체크하고 넘어가면 끝.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절약됐다.


과제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글을 써서 제출해야 하는 레포트 과제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시험 준비하며 에세이를 지겹도록 썼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무엇보다 관광경영학을 공부하면서는 위에 적어놓은 Writing 예제와 같은 질문에 대해 250자 에세이를 쓰지 않아도 됐다.


나는 아이엘츠 공부 덕분에 학교 수업과 과제를 80%까지는 무리 없이 소화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그 어느 때보다 영어 스피킹 능력이 향상됐다. 어학연수, 유튜브, 전화 영어, 스피킹 어플 등등. 나는 예전부터 스피킹에 좋다는 건 한 번씩 다 해봤다. 아이엘츠 스피킹에서는 일상 회화뿐만 아니라, 사회•교육•환경에 대한 고난도 질문에도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방법보다 스피킹을 향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스피킹 향상만 두고 봤을 때, 나에게는 단기 어학연수보다 더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학교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느껴지는 편리함의 수준이 달라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캐나다로 입국한 순간부터 내게 주어지는 각종 문서는 모두 영어로 된 것들이었다. 비자, 보험, 은행, 핸드폰을 개통하고 받은 이메일까지 전부. 그렇지만 아이엘츠 특유의 학술적인 내용의 ‘긴’ 리딩 지문으로 이미 읽기 훈련이 충분히 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쓰이는 문서들을 읽는 건 더 이상 내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3년 전 나는, '이 시험이 내 유학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까?' 보다는, '어떻게 해야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목표 점수를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고민했었다. 전자에 대해 먼저 알고 시작했더라면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쉽게도 나는 그러지 못했으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는 좀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공부를 하길 바라본다.




부록: 나의 아이엘츠 공부 루틴 (평일)

8:00 기상
8:30 강남행 버스 탑승
10:00~14:00 아이엘츠 종합반 수업
14:00~14:30 점심
14:30~17:00 학원 자습실 공부 (제일 하기 싫은 공부를 이때 하면 좋다. 자습실이라는 환경이 어떻게든 하게 해 준다. 주로 Writing을 꼭 하고 갔다.)
17:00~18:30 수원행 버스 탑승
18:30~20:00 저녁 및 홈트
20:00~23:00 집 공부 (집에서 책을 핀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기에, 마음의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과목을 넣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리딩과 단어암기를 주로 했다.)



이렇게 주 5일 동안은 학원 수업 및 복습 위주로 진행했고, 주말에는 쌓여있는 학원 숙제에 더해 그 주에 봤던 모의고사 한 세트를 분석하는 루틴으로 공부했다. 분석의 대상은 주로 리딩 지문과 리스닝 스크립트였으며, 당시 공부했던 자료를 보면 다채로운 형광펜의 향연에 눈이 부실 정도이다.


Writing&Speaking 영역은 학원에서 제공되는 첨삭과 함께 많이 써보고 많이 말해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는데, 후에 아이엘츠 상담직에 종사하며 알게 된 것은, 채점관들이 채점 시 기준으로 삼는 'SPK&WRT 공식 채점 기준'이 있다는 거였다. 공식 웹페이지에도 업로드되어 있는 오피셜 자료이며, 필요한 분들을 위해 참조링크를 함께 첨부한다.


-IELTS Writing Band descriptors

https://s3.eu-west-2.amazonaws.com/ielts-web-static/production/Guides/ielts-writing-band-descriptors.pdf​​​


-IELTS Speaking Band descriptors

https://s3.eu-west-2.amazonaws.com/ielts-web-static/production/Guides/ielts-speaking-band-descriptors.pdf



여러분이 지금 아이엘츠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은 결국 기대 이상의 보상으로 돌아온다는 것.

목표 점수 꼭 달성하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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