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당사자가 생각하는 정신과 약
우리는 스페에서 서로에게 약 먹고 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패서 서로 독려해 주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약은 어떤 의미일까.
약을 많이 먹는다는 건 내가 그만큼 아프다는 거잖아. 그 힘듦을 말로 내뱉지 않아도 보일 수 있다는 게 때로는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도 해
하루는 자신의 아픔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온전히 나의 생각이지만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얼마나 억압해 왔으면 아픈 걸 인정받아야만 아픈 것으로 여겨지게끔 만든 것 걸까. 왜 아픔을 그냥 아픔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어버린 걸까. 감기에 걸렸을 때는 아무도 아프다고 인정해주지 않아도 그냥 아픈 건데 말이다. 하루에게 약은 만질 수 있는 우울이다.
그만 먹고 싶어
나에게 약은 하루빨리 이별하고 싶은 대상이다. 4년간 매일 먹어왔지만 아침저녁으로 챙겨 먹는 것은 상당히 번거롭다. 게다가 내 상태에 따라 섬세하게 약을 조절해야 되는 부분도 너무 귀찮다. 선생님은 약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서 잘 살면 된다고 하셨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약의 도움 없이 잘 살고 싶은 열망이 늘 있다. 조금해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급하다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다는 의미라고 외치고 싶다. 나도 빨리 끊고 싶다고!
나는 약을 줄여도 그만, 안 줄여도 그만인 것 같아.
그러나 아삭이는 우리 선생님과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힘들었을 때에 비해 이렇게 많이 좋아졌으니 약의 도움으로 이 상태를 유지 혹은 더 변화시킬 수 있다면 기꺼의 약의 도움을 받겠다고 했다. 그런 아삭이에게 한 가지 본받고 싶은 점이 있다. 바로 복약일지를 작성하는 것이다. 약을 먹으면서 변화하는 나의 상태, 요즘 드는 고민이나 생각 등을 꼼꼼하게 다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한다. 복약일지가 아삭이에게 정말 중요한 자산이 될 것 같다.
모두들 약을 처음 먹었을 때를 기억할까? 나는 아주 적은 용량으로 시작했었음에 불구하고 엄청 졸려했던 기억이 난다. 다을이도 그랬다고 한다. 그땐 이렇게 장기간 복용할 줄 상상도 못 했으며, 이렇게 다양한 약을 먹어볼 줄도 몰랐다. 지금은 다들 약의 효능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수준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은 약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제법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정신과 약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바로 사람들의 시선이다.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돼?"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뭔 상관이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이렇게 약의 덕을 보았는데, 필요하면 계속 먹을 것이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순간에는 언젠가 끊을 건데 뭔 상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