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도가 생명
저녁 연습장은 운치 있다. 특히 날씨가 더운 날, 또는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 퇴근하고 어슬렁 연습장에 가서 공을 치면 심신이 안정된다. 별이 보이면 금상첨화다. 하늘에 공을 쏘아 올리면 내 공이 별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아래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하얀 점은 별이다)
그런데 연습장에서 연습할 때 맹목적으로 공만 때리다가 오면 재미도 없거니와 뭘 잘하고 있는지 뭘 잘 못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나는 하루에 연습장에 갈 때마다 한 가지씩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부분과 목표를 가지고 가기 시작했다. 요즘 연습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삼각형이다. 어깨와 팔이 만드는 삼각형 모양과 움직임에 집중하면서 스윙하면 조금 더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임팩트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양 손은 스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골프채 그립을 잡고 있기 때문에 양 어깨와 손을 꼭짓점으로 하는 삼각형이 만들어진다. 일단 이 삼각형 주변의 각도들을 눈여겨보자. 골프 치시는 분들이라면 흔히들 "어깨를 더 회전시켜라" 또는 "팔로만 스윙을 해서 그렇다" 같은 얘기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여기서 "어깨 회전"과 "팔 스윙" 이란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 걸까? 다시 삼각형을 보면, 어드레스 자세에서 척추가 만들어준 수직선(파란선)과 어깨 선이 만들어내는 각도(C)가 어깨 회전 각이다. 즉, 다른 건 그대로 두고 척추를 기준으로 삼각형을 그대로 돌려주면 C만 바뀌게 되고 그게 바로 어깨 회전이다. 그럼 팔이 움직이는 각도는 무엇일까? 눈치 빠른 분들은 아셨겠지만 바로 어깨 선과 팔이 만들어내는 각, 즉 A와 B이다. 특히 왼팔(오른손잡이 기준)과 어깨가 만들어주는 각 B 가 중요하다. 이 각이 작아지는 게 팔을 드는 행위이다. 다시 말해 "팔로만 하는 스윙"은 C 각은 거의 변화가 없고 B 각만 줄어들었다가 내려치는 스윙이다.
자, 그럼 어깨 회전을 어떻게 하는지와 팔을 든다는 것의 의미는 알았다. 이제 이걸 잘 써먹어야 한다. 공을 정확히 치려면 임팩스 시 클럽 헤드가 어드레스 시의 클럽 헤드 위치에 돌아와 있어야 한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다. 그걸 아주 쉽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맞다. 저 삼각형이 척추선을 기준으로 회전했다가 그대로 돌아오면 정확하게 맞을 수밖에 없다. 골프를 처음 치는 분들에게 똑딱이를 시키는 이유도 이거다. 팔은 움직이지 않고 어깨만 조금 돌렸다가 공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다. "그럼 어깨만 돌려서 치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똑딱이만 하기엔 거리 손실이 너무 크고 우리의 팔에는 활용할 수 있는 힘이 너무 많다.
그럼 결국 팔을 쓰라는 말인가? 맞다. 하지만 '잘' 써야 한다. 중요한 건 팔부터 쓰지 말고 삼각형을 유지해서 어깨 회전만 최대한 해놓는 것이다. 이게 '삼각형 유지' 단계이다. 그림에서 (1) 번에서 (2) 번으로 넘어갈 때까지는 어깨 회전만 하면서 A와 B 각은 그대로 유지한다. 언제까지? 대략 더 이상은 삼각형 유지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까지인 것 같다. 거기서부터는 팔 각도가 변할 수밖에 없다.
팔 각도가 변하기 시작하면 어깨 회전만 했을 때보다 스윙 크기를 거의 1.5배에서 2배가량 늘릴 수 있고 증폭되는 힘도 많아 거리를 낼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팔을 든다는 것은 A와 B각도를 움직이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중학교 수학으로 돌아가 보자. 삼각형의 위쪽 변의 길이, 즉 어깨의 너비는 어깨를 움츠리지 않는 이상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왼 팔도 가급적 펴라고 배웠으니 일단 펴서 두 번째 변의 길이도 유지시키자. 그럼 여기서 변하는 건 삼각형의 내각들과 그에 따라서 변하는 나머지 하나의 변이다. 즉, B 각이 줄어들어서 B'가 되고 T의 길이는 줄어들어서 T'가 된다. 여기가 백스윙 탑이다. T의 원래 길이는 오른팔의 길이였는데 T'로 짧아졌기 때문에 오른팔은 어쩔 수 없이 굽혀지게 된다.
잠깐 삼천포로 빠지자면, 오른팔이 굽어질 때는 최대한 팔의 외회전을 이용해 줘야 한다. 이 것도 중요하니까 나중에 따로 정리해 봐야겠다.
자, 이제 아름답게 파괴된 삼각형을 백스윙 탑에서 볼 수 있다. (그림에서 3번) 이제 이 삼각형이 그대로 돌아 내려온다고 생각해 보자. 즉, 왼팔은 그대로 계속 펴져있고 오른팔은 그대로 굽어 있으며 B'각도 유지하는 것이다. 삼각형이 그대로 다시 돌아서 공까지 오면 어떻게 될까? 삼각형의 왼팔 변은 어드레스와 변함이 없으니 제자리로 돌아올까? 얼추 비슷한 자리로 돌아오긴 하겠지만 정확히 같은 자리는 아니다. B 각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채가 조금 더 뒤에서 늦게 돌아오고 B'각을 유지한 채로 끝까지 스윙하면 아마 타핑을 치게 될 것이다. 공을 정확히 치려면 임팩트 전에 B' 각을 조금씩 B로 원복 해주는 게 필요하다. 딱 공이 맞을 때 B로 원복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조금 후에 원복 한다고 생각하면 앞 디봇이 예쁘게 나면서 탄도도 아름다워지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이게 흔히 말하는 '릴리즈'인 것 같다.
왼 팔을 펴는 것은 왜 중요한가? 왼 팔을 편다는 것은 팔꿈치의 각을 180도로 유지해서 삼각형의 한 변의 길이를 일관성 있게 유지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백스윙을 하면서 삼각형의 한 가지가 변하고 그걸 다운스윙 때 원복 시키는 것과 두 가지가 변하고 원복 시키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즉, B 각만 변하면 다운스윙과 임팩트 때 그 각만 풀어주며 릴리즈 해주면 되는데 T길이까지 원복 시켜줘야 하면 오류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경험상 길이보다는 각도를 원복 시키는 게 더 수월하다. 그러니까 경직되지 않는 선에서 왼팔의 펴짐 상태를 유지하면 삼각형의 원복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이 삼각형 드릴은 변의 길이와 각도도 중요하지만, 직접 연습하면서 느끼려고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 한 가지는 삼각형의 원래 형태이다. 백스윙 시 삼각형이 부서지더라도 원래 삼각형 형태를 생각하고 있다면 임팩트 시 원복 하기가 수월해진다. 두 번째는 양 손이 위치한 삼각형의 한 꼭짓점이다. 이 꼭짓점의 위치와 내 몸과의 거리를 느끼면서 스윙을 해야 원복 시 정확한 위치로 지나가게 하기 쉽다.
골프 스윙은 한 가지 하체 회전, 체중 이동, 리듬, 스윙 플레인 등 여러 가지 요소의 합이 잘 맞아야 하지만, 다른 부분들에 큰 문제가 없는 날에는 이 삼각형만 집중해서 쳐도 공이 잘 맞아 나간다. 이게 바로 '몸통 스윙'의 원리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오늘도공쳤네
#스윙은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