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처음 시도했던 여장(2일차)

내 학교생활도 이랬을까 - 처음 시도했던 여장(2일차)

by Ain

전 날에 새벽까지 애들을 케어하고, 학생회 인원들끼리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다 보니, 떠오르는 아침 해까지 보고 잠을 청하게 되었다. 잠든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눈을 뜨니 낮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먼저 일어난 친구들은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고, 나는 그 라면 냄새에 일어난 것일지도 모르겠다. (술을 마신 다음 날, 많이 마셨던, 적게 마셨던 양에 상관없이, 그다음 날의 라면은 큰 즐거움을 준다.)


그렇게 친구들이 먼저 끓여 놓은 라면에 한 젓가락을 부탁하고, 해장을 시작했다. 국물 한 모금에 행복을 느끼며 '이 맛이야'하고 심취해 있을 때, 옆에서 역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저기 구석에서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친구들을 몇 분 동안 지켜봤던 것 같다. 그들의 패기와 객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나 또한 솔깃하긴 했지만, 낮부터 취하고 싶지는 않았다. 앞으로 해야 할 행사가 많았기 때문이다. 솔깃했던 나는 까먹은 체로, 학생회로써, 그 친구들에게는 약주 느낌으로 조금만 마시라고 주의를 주었다. 낮술을 하고 있는 패기 로운 친구들을 뒤로한 체로 해장을 마친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야외 활동을 진행했다.


약간은 진부하지만, 이번에도 준비한 야외 활동은 짝 피구였다. (오후에 단체로 할 수 있는 활동이 제한되는 것도 있고, 아이디어가 그렇게 생각나지 않아서 오티에서 했던 활동을 다시 기용했다.) 다들 제비뽑기로 짝을 지정하고, 짝피구를 시작했다.


다들 경기에 빠질 때 즈음, 안쪽에서는 내가 조르고 졸랐던 주술목 게임을 다시 준비 중에 있었다. 다른 학생회 인원에게 심판을 부탁하고 그 게임을 돕기 위해 올라갔다. (내가 재차 하자고 부탁했던 게임이기에 안 도울 수가 없었다.) 방 안에서 게임을 준비하던 중, 다행히도 숙취에 힘들어하던 친구들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어제 기억나냐'며, 친구를 놀리면서 다시 한번 어제 안 취해서 다행이었음을 느끼기도 했다.


살아나기 시작한 몇 명은 술도 깰 겸 바로 앞에 내천으로 향할까 하기도 했다. 거기서 노는 걸 말리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너무나 추운 날씨였기에 수온을 만져본 그 누구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않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역시나 수온을 체크하고 바로 들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친구들을 보며 즐거워하던 중, 짝피구를 마친 무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리도 게임 준비가 끝났기에, 다들 안으로 들어와, 주술목 게임을 진행하였다. 어제보다 많은 인원이었기에 새로운 조합으로 재밌는 일들이 있길 바랬다. 나 또한 학생회끼리 사전 시뮬레이션을 한 이후에는 처음 해보는 게임이었기에 상당히 기대되었다.

(주술목 게임이란, 주어-서술어-목적어 를 각각 통 안에 넣고, 주어, 목적어에는 사람의 이름을, 서술어에는 행동을 넣어서 '주어'가 '목적어'에게 '그 행동(서술어)'을 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고, 다양한 서술어가 안에 넣어져 있었다. 수위가 높은 서술어도 있었고, 다소 폭력적인 서술어도 포함되어 있었으나(앞선 두 종류는 공개하기가 힘들다.), 다들 꺼려하기보다는 즐기면서 게임을 진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서술어는 나가서 별 모양 돌 주워오기, 옆 방 가서 라면 얻어오기, 등이 있었는데,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려 친구들이 올 때까지 따로 게임을 진행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괴상한 모양의 돌을 보여주며, 별이라고 우기는 상황과 옆 방에 가기 무서웠는지 다 먹은 라면 봉지만 주워 온 친구가 제일 기억에 남았다.)


주술목 게임을 시작으로 게임의 텐션을 올리고, 기존 짰던 팀끼리 2일 차를 위해 준비한 팀 게임을 시작했다. 우리가 예능에서 볼 수 있는, 특히 가족오락관에서 볼 수 있는 게임으로 준비하여, 게임을 진행하였고, 팀 게임에서 승자인 팀에게는 또, 양주를 지급하겠다고 하며, 승부욕을 끌어올렸다.


그렇게 끌어올리고 올린 승부욕은 마지막 게임에서 빛을 발하였다. 바로 여장남자, 남장여자 게임이었다. 다소 논란이 될 수 있을 법한 게임이었지만, 게임에 참여자들에게 강요는 하지 않는 게임이기에, 참여자 개개인의 동의에 의해 게임을 진행했다. 그렇게 각 팀마다 한 명씩의 참가자가 나왔고, 우연히도 5팀 모두에서 여장남자가 나왔다.


제한 시간을 주고, 다들 각자의 방에서 준비를 시작하였고, 나 또한 그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난생처음 해봤던 화장이었으나, 솜씨가 좋은 동기와 선배들의 도움으로 나도 처음 보는 내 얼굴로 변하고 있었다. 아이라이너로 눈매가 길어지고, 파운데이션으로 피부 톤이 밝아지고 보니, 내가 봐도 나름 이쁘게 생긴 얼굴이 되었다.


화장을 해주던 선배와 동기들의 연속적인 감탄을 받으며, 여장은 차근차근 진행되었고, 내 얼굴은 다름 팀과 마찬가지로, 비밀이 퍼지지 않기 위해서 꽁꽁 감추며 진행했다. (거의 시험 문제 답안지 수준으로 감추었다.)


그리고 모든 인원들이 준비를 마친 여장남자 5명이 한 방에 모이게 되었다. 동기들이었던 우리는 서로를 보며 감탄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동기들을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되지만, 더럽다는 느낌이었다.) 이건 우리만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은 5명이나 봐야 하는데 오죽할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던 찰나, 한 명 한 명, 메인 스테이지로 공개될 때마다 비명소리가 들렸고, 더욱 커졌다.


그렇게 모든 참가자가 얼굴을 공개되었다. 각자의 컨셉도 준비되어 있었고, 나의 경우에는 섹시였다. 나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다. 다른 친구들은 일본인, 마담, 등으로 준비했고, 다행히도 개개인의 컨셉이 모두 달랐다


우리는 분장에서 그치지 않고, 각자 장기자랑도 진행했다. 분장으로는 서열을 가리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자랑에 대한 호응 점수로 승자를 가리기로 했다.(원래 이 행사를 준비할 때부터 장기자랑은 무조건 할 생각이었다.) 평소에도 섹시 댄스를 하나 정도는 갖고 있는 우리 세대였기에, 나는 섹시댄스를 추며 컨셉을 마음껏 발휘했고, 경악과 호응을 얻으며, 양주를 거머쥘 수 있었다.

(그때는 부끄럽지 않았으나, 이후에 사진이 5년이 지난 지금도 회보 되는 걸 보며, 가끔은 부끄럽기도 하였다.)


나 이외의 친구들도 각각 다른 선물을 받아갔고, 그렇게 여장남자 이벤트까지 끝나게 되었다. 우리의 장기자랑이 너무 열정적이어서였을까, 벌써 해는 산 문턱을 넘어가고 있었다. 저녁이 되니, 더 높은 선배들도 참여하며, 전체 엠티의 의미를 키워주셨다. 선배들께서 가져오신 치킨과 피자로 호화로운 저녁거리와 다시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그 자리가 시작될 때쯤, 여장을 한 우리 참가자들은 오손도손 화장실에 모여 화장을 지우기 바빴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엠티의 마지막 날은 늦게 오신 선배들의 도움으로 더욱 무탈 없이 진행할 수 있었고, 다들 어제의 피로의 연속에서였는지, 어제만큼의 텐션을 올리지는 못하고, 오손도손 이야기하며 술자리를 이어갔다.


다 씻고 나와 팀원들이 있는 자리에 도착하니, 양주를 얻은 나에게 칭찬 세례를 퍼부어주었다. 그 양주로 다들 힘차게 건배를 하며, 우리 팀의 텐션은 오를 대로 올랐다. 그 흥 때문이었을까, 한 선배가 갑자기 미팅 자리를 주선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뜬금없이 꺼내었다. 당시 과팅과 미팅이 흥행하던 시기였고, 옆 쪽에서 계속 생겨나는 씨씨를 보는 내 옆구리 상태도 말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나는 마다하지 않았고, 바로 단톡 방을 파서 동기들 중 같이 참여할 인원들을 모았다.


그렇게 나는 양주와 미팅 자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엠티의 마무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아무 탈 없이 엠티의 마무리를 이어갔고, 편히 잠자리에 들 때까지 놀 수 있었다. 그렇지만 학생회인 우리는 마지막까지 할 일이 있었고, 오늘도 마지막까지 남으며 다른 친구들을 케어하였다.


그 덕분에 마지막에는 오늘 온 선배들과 이야기하며, 1학년은 모를 수 있는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도 들으며, 우리 학생회의 첫 행사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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