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교생활도 이랬을까 - 갑작스러웠지만 좋았던 미팅, 과팅
우리 학생회의 첫 행사인 엠티는 무사히 끝날 수 있었고, 마지막 날에도 일출을 보며 마무리했던 나는 비몽사몽 한 채로 복귀했다. 우리가 사전에 준비한 짐들도 학교에 두고 가야 했기에 학생회 애들 중 몇 명이서 학과실에 기존 우리 짐을 두고, 각자 집으로 향하였다.
학과실에 짐을 두고, 2시간의 하굣길을 다시 밟던 나는 바로 아르바이트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 아르바이트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기억나지가 않는다. 머릿속에는 힘들어도 웃어야 한다. 이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6시간의 고생 끝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퇴근하고 나니 미팅을 주선해준다던 선배에게서 미팅의 이야기가 와 있었고, 단번에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선배는 여자 측 주선자에게 나의 연락처를 넘겨주었고, 그 여성분과 연락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인사를 마치고, 너무 늦은 시간이었기에 다음날 연락하자는 말을 마지막으로 고되었지만 끝이 즐거웠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다음날 아침, 여성분에게 '미팅 인원이 다 모아지면 연락 달라'는 말을 전하고, 기존에 모은 동기들끼리 단톡 방을 개설하여, 우리끼리의 결의를 다졌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날 때쯤, 여성분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곧바로 기존에 모은 동기들과 여성분들과의 단톡 방을 개설했다.
서로 간의 어색하고 상투적인 인사가 오간 후, 빠르게 날짜와 장소를 협의하였고, 여러 번의 스케줄 조정 끝에 금주 금요일에 바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번 미팅이 과팅을 포함하여, 4번째로 나가는 것이었기에, 커리큘럼을 알고는 있었고, 순탄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미팅과 과팅의 차이점은 미팅은 다른 학교의 친구들과 과팅은 같은 학교의 다른 학과의 친구들과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팅에서 만나, 서로 연락처를 교환도 안 하고 하루만 즐겁게 논 경우도 있었고, 정말 친한 친구처럼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무리도 있었다. 특히, 따로 만나서 잘 되어가던 친구도 있었으나, 그 친구와의 만남의 끝이 좋지 않았기에 더 이상 미팅을 그만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한창 혈기왕성한 나이였고, 지고 있는 벚꽃과 옆에서 시시덕하는 씨씨를 보니 적적한 나날이었기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더 많이 나갈걸 후회한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번을 포함해 총 4번의 미팅과 과팅(이하 미팅으로 통일)을 했고, 미팅에 많이 나간 편에 속했다. 많이 나간 나였지만, 그래도 더 미팅을 나갔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앞선 에피소드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대학교에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미팅은 다른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였는데, 너무 연애에 치중해서 생각한 나머지 부담스러웠기에 거절했다. 그래서 2~3번의 미팅 제의를 거절했고, 그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친구들을 못 만난 걸 후회하게 되었다. 더 나갈걸. (그리고 당시에 미팅을 많이 나가는 거에 인식이 그렇게 좋지 못했다.) (요새 신입생들을 보면, 안 좋은 인식을 갖지는 않는 것 같다. 물론, 우리 때처럼 미팅을 나가서 즐기는 인원들과 술자리를 좋아하는 인원들이 많이 나가는 것 똑같다.)
나는 다수의 미팅에 나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경험을 했으면 한다. 우리 학과의 사람들과는 또 다른 생각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고, 거기서 정말 단짝을 만날지, 운명의 사람을 만날지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또한, 만약 고등학생이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앞서 씨씨에 대해서 이야기했을 때, 신중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연애를 시작할 때는 신중해야 하는 건 맞다. 그래도 어른들이 '대학교 가서 연애해'라고 이야기하시며, 연애에 대해 반대하신 거에 되갚아드려야 하지 않을까. 미팅이 그 시도가 될 수 있고, 미팅에서 친해진 친구를 통한 소개팅도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연애가 나에게 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노력해야 도달할 수 있으니깐.(만약 나가기 정말 두렵다면, 뒤에서 말할 조용한 포지션으로라도, 미팅 자리에 참석하고, 새로운 경험 그 자체를 즐겨보고 판단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물론 미팅이 안 좋은 점도 있다. 다른 학과, 다른 학교의 미팅을 보면, 다소 문란한 게임을 진행한다는 것을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을 통해서 들을 수 있었다. 이 분위기가 싫다면, 분명 이들은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만 안 그런 사람들도 많고, 특히 우리 과는 그렇지 않았다. 정말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는 분위기를 조성하였고, 아까 말했다시피 지금도 친구로서 연락하고 있는 애들이 있는 걸 보면,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만나기 전에는 모를 수밖에 없으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학과에 대해 물어보면 대강 알 수 있고, 대부분 맞는다.)
이렇게 미팅에 대한 생각으로 일주일이 정말 빠르게 지나, 금요일이 다가왔고, 우리는 핫플레이스인 홍대에서 미팅을 진행하였다.(미팅을 위해 아르바이트도 목요일에 당겨서 진행했다.) 미리 우리 측에서 예약을 잡아놓은 상황이었고, 다행히 자리가 없어 기다리고 있는 다른 팀들을 뚫고 자리에 착석할 수 있었다. (우리가 먼저 도착한 상황이었고, 여자인 친구들이 거의 다 와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지며, 각자의 역할을 통해 시뮬레이션해보았다. 미팅을 할 때에는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 술을 잘 마시는 친구, 말을 잘하는 친구, 조용한 친구, 이 세 조합은 거의 한 명씩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딱 이렇게 3명이었다. 그동안 4, 5명이서도 함께 해봤지만, 친해지려면 3명이 가장 좋은 조합이라고 생각했기에 3명으로 구성했다. 그중 내 포지션은 말을 잘하는 친구였기에 미팅을 진행하는 것은 대부분 나였다.
여자인 친구들이 도착했고, 어색한 입장과 어색한 인사가 오갔다. 앞선 3번의 경험을 살려 자기소개부터 거기서 말을 이끌어내며 미팅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20살의 미팅 때 할 수 있는 얘기는 대학교 얘기, 고향 얘기가 주를 이루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첫사랑 이야기나 연애 이야기까지 넘어가고 했다.(혈액형 이야기가 나오면, 그 미팅 자리는 끝이라는 속설도 있는데, 이건 맞는 것 같다. 정말 할 이야기 없을 때, 혈액형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가장 메인은 술 게임이었다. 문란한 술 게임보다는 이야기만 하기에는 서로 아는 게 별로 없었기에, 서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재미 요소로 술 게임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술 게임을 진행하니 참석한 인원이 골고루 걸렸다. (계속 안 걸리는 인원을 대상으로, 먹이는 술 게임도 많기 때문에.) 술 게임에 의해 대부분이 술이 조금 먹었을 때쯤, 자리를 바꾸기로 하였다.(남녀로 팀을 이루어 게임을 하기 위해 자리를 바꾸기로 했다.)
이렇게 자리를 바꾸는 데에는 여러 게임이 있다. 소지품으로 짝을 선정하는 것도 있고, 가장 신박했던 건 동전으로 하는 게임이었다.
(년도의 끝자리가 다다른 동전을 준비하고, 숫자가 빠른 순으로 정렬한다. 그리고 빠른 순으로 정렬한 번호에서 앞 번호부터가 상대방의 제일 왼쪽 사람의 번호가 된다. -> 그리고 서로는 섞은 후, 동전을 나누어 갖고, 그 동전은 서로가 볼 수 없게 한다. -> 그렇게 동전을 나눠 갖은 후, 왼쪽부터 아니면 오른쪽부터 자기 동전의 번호를 확인한다. 그리고 마음에 들면 턴을 넘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술을 마시고, 이성 쪽으로 동전을 넘겨 게임을 다시 시작한다)
이 게임으로 서로 간의 호감도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꽤나 신박한 게임이었다. 이번에도 이 게임을 진행했었고, 여자 친구들 측에서도 신기해했다. 그렇게 동전 게임을 진행했고, 나는 마음에 드는 친구가 있었기에 그 친구가 걸릴 때에만 술을 마시지 않았다. (사실 들어올 때부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친구들에게 말도 해 놓은 상태였다.) 친구들 또한 나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나중에 알고 보니, 친구들은 그 친구의 번호가 뽑히면, 내가 마실걸 알기에 대신 마셔주었다.)
그렇게 친구들의 끈끈한 우정과 나의 주량으로 결국 그 친구와 함께할 수 있었고, 그때부터는 술 게임도 팀 게임으로 진행하며 놀았다. 역시 이번에도 정말 즐겁게 놀았고, 그 친구와 이야기할수록 더욱 마음에 들었지만, 분위기를 깰 수는 없어서 번호를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계속 눈에 띄게 챙겨주면서 호감은 표현했다.)
그렇게 우리는 신명난 채로 2차를 갔고, 하필 또 그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놀기 바빴다. 이렇게 놀다 보니 번호를 물어볼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고, 화장실도 단체로 가는 상황이었기에 둘이 있을 기회도 없었다. 시간은 역시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 친구도 계속 신경 쓰고, 재밌게 놀다 보니 벌써 막차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또 한 번 모이자'는 무기한 적인 이야기를 하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지게 되었다.
마지막에 일말의 용기를 내어, 그 친구를 불러서 남자답게 번호를 물어볼까 했지만, '다음에 또 보기로 했잖아..'라고 자기 위로를 하며 용기 내지 못했다. (옆에서 재촉하며, 울분을 토하던 친구들의 모습도 아직 선하다.
동기들과도 인사를 하고, 헤어지고 나 스스로에게 한심해하며 집으로 가고 있던 중, 이번 미팅의 단톡 방에서 인원들이 빠지고 있는 걸 보았다. 단톡 방에 들어가 보니, 이게 웬걸 여자인 친구들은 단톡방에서 다 나갔고, 마음에 들었던 친구만 남아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부리나케 동기들에게 다 나가라고 전화로 이야기했고, 그 친구와 둘만이 그 톡방에서 연락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봄의 마지막에 내게도 봄이 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