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너무 소중해
아기를 낳고 24시간 꼬박 아기에게 들러붙어 있었습니다.
아기가 나고, 내가 아기인 시간. 밥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함께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은 확 화가 치밀었어요. 답답함이 목구멍까지 차고 올라왔습니다. 퇴근한 남편에게 힘듦을 토로했습니다.
"여보.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하루종일 아기랑 붙어 있자니.. 너무 힘들고 괴로워"
"그래? 그럼. 지금 혼자 나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와"
"엥? 그래도 될까? 우리 아기 나 없어도 될까?ㅠ"
막상 답답하다곤 했는데 나랑 떨어질 아기가 걱정이 됐어요.
"잠깐인데 괜찮아. 나 맘 바뀌기 전에 얼른 다녀와"
남편의 말에 후다닥 겉 옷만 걸쳐 입고 비 오던 밤거리로 뛰쳐나갔습니다. 아기 낳고 몇 달 만에 혼. 자. 나온 것 같아요.
이때 살던 곳이 서울 성수동.
유명 브랜드 팝업스토어도 많이 열리고, 힙한 카페, 레스토랑도 많은 곳. 2호선 지하철이 강변에서부터 지상으로 탈출해 도심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곳. 쉼 없는 자동차 불빛과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은 그런 곳이었지요. 저는 그냥 나온 자체로 좋았습니다.
멀리 가진 못해요. 젖 먹이는 아기 엄마잖아요. 뚝섬역 근처 빌딩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갑니다. 3층 건물이었어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머그잔을 들고 총총총 2층으로 올라갑니다. 바 형태로 된 창가 자리에 앉았어요. 맞은편에는 커다란 마트가 있었고요. 그 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는 하루를 마감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겨울의 카페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고, 소곤소곤 저마다의 이야기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속에서 오롯이 혼자였지만 행복했습니다. 혼자가 주는 행복을 아기를 낳으니 알겠더라고요.
그 뒤로 저는 그렇게 소소한 혼자의 시간을 즐겼습니다.
급하게 아니고 천천히 샤워하는 시간.
혼자 오랜만에 목욕탕 간 시간.
혼자 카페서 책 본 시간,
혼자 마음 편히 커트하러 시간,
혼자 우동맛집 찾아간 시간,
혼자 빗길을 산책한 시간.
이전엔 경험하지 못했던 혼자의 시간이 왜 이렇게 꿀맛 같은지요.
처음에는 멍 때리기를 잘했어요. 나는 누군가? 나는 엄마인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임신하고 아기를 낳고, 몰아닥친 수많은 상황과 감정들 속에서... 나를 찾고 싶었어요.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어디로 가는 걸까? 때론 긴 긴 우주 속을 표류하는 것 같았지요. 육아가 유독 힘든 날은 아기 낳은 건 잘한 일인가? 결혼하길 잘한 걸까? 혼자가 낫지 않았을까? 하는 불평을 속으로 늘어놓습니다. 생각해 봤자 이 전으로 다신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요.
그래요. 나는 이제 방방 뛰어다니던 홀가분한 아가씨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 나에게는 나만 바라보는 꼬물이가 있거든요.
혼자만의 짧지만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할 때 어느새 내 마음은 아기 곁으로 가 걸음을 재촉합니다.
숨 돌리고 싶어서 나왔는데 금방 아기가 그리워지다니.. 엄마가 돼 가나 봅니다.
늘 걱정과 달리 아기는 엄마 없어도 방긋방긋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혼자만의 시간을 챙기고 알았어요.
마냥 아기와 붙어만 있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혼자의 쉼을 누리고 다시 아기를 만났을 때 더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을..
내 마음도 살피고, 아기도 살피는 것이 육아 장기전에서 승리하는 길임을요.
앞으로도 혼자 짬 내는 시간을 계속 가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