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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y Feb 22. 2024

아기가 아프면 무서워.

아프면서 아기도 엄마도 큰다.

11월에 출산을 하고 이듬해 8월에 아기가 처음 열이 났습니다. 열이 나는 거 정말 무섭데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아기 발이 뜨거워요. 몸도 뜨겁습니다. 열을 재보니 39도예요. 해열제를 먹이고 병원을 다녀왔는데.. 밤에 또 열이 오릅니다. 아기는 축축 처지고요. 계속 치솟는 열에 놀라서 친정엄마를 불렀어요. 

친정 엄마와 나는 뜬눈으로 밤을 꼬박샜습니다. 아기 몸은 다 빨개 벗겼어요. 먹는 해열제, 엉덩이에 넣는 해열제도 준비 완료. 수시로 열 체크하며 약도 먹이고,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조그만 아기가 몸이 불덩이라니 겁이 났습니다. 다행히 이틀 만에 열이 잡혀서 한 시름 놓았지요. 그게 우리아기 태어나서 첫 열에 대한 기억이예요. 고열이 나던 뜨거운 8월의 여름 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쪼꼬미 데리고 생애 첫 예방 주사를 맞치러 갈 때도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지요. 처음 예방 주사 때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계셨어요. 추운 겨울이여서 아기는 꽁꽁 싸맸어요. 신랑이 운전하고, 나는 아기랑 이모님하고 뒤에 타고, 20분 거리에 보건소를 가는 길이 굉장히 비장했습니다. 조막만한 아기에게 주사를 맞히고, 따끔해서 앵~ 우는 소리에도 엄마 마음은 아픕니다. 다시 싸매고 집에 돌아와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 뒤에도 아기가 주사 맞는 걸 보는 건 왠지 속상하더라구요. 건강을 위해서 하는 건데도요. 




아기는 정말 작아요. 그리고 연약해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 영화 있잖아요. 참 인상적이예요. 할아버지의 몸으로 태어나 중년이 되고, 청년이 되었다가 청소년이 되고, 아이가 되고, 유아가 되고, 신생아가 되어서 죽잖아요. 아기든 할머니, 할아버지든 정말 똑같은 것 같아요. 작고, 연약하고, 그래서 병에 감기에 취약하고.. 늙으면서 이도 빠지고, 몸도 굽어지고 점점 아기처럼 작아져요.  아기 낳고 나서 그 영화를 보니 아기로 태어나서 결국 아기가 되어 죽는 인생 같아요. 그래서 아이든 어르신이든 세심한 돌봄이 필요한가 봅니다. 작은 아기가 아프고 나니, 우리 인생이 더 안쓰럽게도 느껴지고 그랬어요. 


그리고 이 작은 생명체가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게 참 이상했습니다. 내가 먹이지 못하면 먹지 못하고, 내가 입히지 못하면 입지 못하고, 아프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라는 말이 그냥 나오더라구요. 그냥 보고만 있음 짠 해요. '왜 애를 낳아서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할까? 삶이 뭘까? 인생이 뭘까? 왜 이 작은 생명이 내게 허락 되었을까?' 아가가 아프기만 하면 들었던 생각이예요.  




이 이후로도 나의 첫 아기는 정말 자주 아팠어요. 기관지가 약해서 찬바람만 불면 목이 부었고 열이 많이 났어요. 열이 나기 시작하면 고열이 3일은 가더라구요. 열을 견디지 못해 열경련도 여러 번 했습니다. 열경련 하는 모습 보는 것도 마음이 찢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열이 나면 엄마는 조마조마 합니다. 


처음엔 아기가 너무 자주 아파서 짜증이 났어요. 병원 들락날락 하는 것도 힘들고 이렇게 약을 자주 먹여도 되나 걱정이고... 그런데 꼭 아프지 않은 것만이 좋은 건 아니래요. 어렸을 때는 면역력을 키우는 시간이라서..아파야 나중에 건강하답니다. 

그래요. 어제의 아픔을 이기고 우리 아기는 오늘 또 살아남았습니다. 생명은 그렇게 강인한 것 같아요. 나 또한 이렇게 아프고, 아파서 지금의 내가 되었구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아기 때 아픈거.. 지나보고니 이게 시작이더라구요????? 

어린이집 가니 더 자주 아프는 시기가 옵니다. 에고고... 과거의 저에게 미리 힘 빼두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프면서 큰다...  아이도 엄마도 아프면서 한 뼘 더 큽니다. 그저 아기가 아플 때 겸손해지고, 다시 나았을 때 건강한 오늘을 감사하게 사는 법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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