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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y Feb 15. 2024

아기가 잠을 더럽게 안 자요.

안 자고 싶은 너와 재우고 싶은 엄마.

"예."

우리 아기는 신생아 때부터 더럽게 잠을 안 자는 아이였어요.

잠자는 게 중요한 나에게는 정말 악연이었지요. 아이를 처음 조리원에서 데리고 나온 그 새벽. 

처음 아기와 단둘이 맞이했던 첫. 날. 밤. 

“에~~~~ 엥~~~~" 사이렌처럼 울려대는 울음소리에 눈이 번뜩! 허둥지둥 난리를 쳤습니다.. 토닥이고, 안아주고, 왔다 갔다, 젖을 물렸다가, 분유를 먹였다가.. 이것저것 시도를 해 봅니다. 천천히 해도 됐을 건데 뭐라도 빨리 해야 할 것 같았어요. 초보니깐. 아무것도 모르니깐. 엄마 생각엔 밤에는 당연히 잠을 자야 하니깐..!




그날을 시작으로 밤마다 3~4번은 깨는 게 우리 아기의 일상이었어요.  어느 날은 밤을 꼴딱 세기도 했지요.

우선 깨면 하염없이 울고 시작합니다. 우는 소리가 힘들더라고요. 수면교육은 저와 우리 아기에게 맞지 않았어요.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는데 어찌나 울어대던지.... 문 밖에서 저도 같이 울고 말았습니다. 아기도 땀에 흠뻑 젖을지언정 절대 수면교육으로 잠을 자지 않더군요. 제 노력도 부족했겠지요.


너무 신생아여서 아기띠도 힘들고, (신생아도 쓸 수 있는 아기띠가 있다는 걸, 이때는 몰랐답니다. 참 무지했네요;;;;) 겉싸개에 싸서 새벽마다 이 방 저 방, 현관문, 계단을 누볐습니다. "자장~ 자장~ 제발 자라 자". 제 친구는 잠 못 자는 신생아 아기를 안고 새벽마다 복도식 아파트를 하염없이 걸어 다녔다 하더군요. 아니 잠재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그때의 분위기가 생각이 납니다. 남들은 다 자는 고요한 새벽에 아기랑 나랑은 멀뚱멀뚱 깨어 있습니다. 잠이 덜 깨 정신은 약간 혼미합니다. 집에서는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려요. 그 깜깜한 밤에 조그만 아기와 나와의 시간만 멈춘 것 같았어요.




재우다 재우다 못해  “그래. 그냥 불을 켜고 놀아라~" 합니다. 버럭~ 애한테 성질도 냅니다.

태어나서 돌까지 1년 동안 우리 아이가 한 번도 안 깨고 잔 적은 딱 2번이었어요.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따뜻한 봄이 시작되던 어느 날과 4시간 걸리는 곳으로 여행 가서 잤던 숙소에서의 하룻밤. 그 외의 날은 하루도 빠짐없이 깨고, 깨고, 또 깼습니다. 


아마 아이도 깨는 이유가 있었겠죠. 온도, 습도, 조도 등이 맞지 않아서 낮에 너무 신나게 놀아서 피곤해서.. 야경증 기질도 있었던 것 같고... 하지만 섬세하지 못한 엄마는 이리저리 해도 잘 안되니 너무 지쳤습니다. 나는 밤에 잠이 잘 오는데 너는 왜 못 자는 것이냐.....


또 어김없이 여러 번 자다 깨서 울었던 어느 날. 하루도 빠짐없이 잠 못 드는 아기 옆에서 힘들어서 소리 없이 우는데.. 다른 방에서 자던 남편이 슬며시 나와 등을 쓰다듬어 주더라고요. 힘듦 속에 참 위로가 됐었습니다. 그렇게.. 신생아부터 꽤 오랜 시간까지 우리 아기는 밤잠을 못 이루는 아기였어요.




그런데 제가 어렸을 때 그렇게 많이 깼데요. 낮에는 방실 방실 잘 놀다가 밤만 되면 돌변해서 그렇게 깨서 울었다네요.

어느 날은 아빠가 화가 나서 "에잇! 잠 좀 자자!" 하고 내 얼굴에 이불을 덮어 버렸답니다. 금방 다시 들춰줬지만요. 그래요. 누굴 탓하겠습니까. 성격, 기질, 외모 등등 다 엄마, 아빠를 쏙 빼닮았겠지요. 아빠, 엄마 힘들게 했던 거 내가 고스란히 받는 거 아니겠어요? 돌이켜 생각해 보니 맨날 깨던 내 작은 아기를 왜 이렇게 원망했을까 싶네요. 달래주지도 않고 많이 울렸어요.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아기도 따땃한 엄마 뱃속에서 맘대로 뒹굴 뒹굴 자고 싶음 잤다가 깨고 싶음 깼다가 했는데 나와보니 웬 걸, 세상 적응하기 힘든 거였는데... 


다시 돌아가면 자면 자는 데로 깨면 깨는 데로 그냥 편하게 받아 주고 싶어요. 그냥 너는 잠들기 좀 어려운 아이구나 하고 이해해 주고요. 밤에 못 자면 낮에 자면 되고, 오늘 못 자면 내일 자면 되니깐요. 아가도 나와 다른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고 받아 주고 싶어요. 


"에구~ 내 새끼~ 또 깼어? 그래. 천천히 자 자. 괜찮아. 토닥토닥" 이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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