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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y Feb 08. 2024

어서 와, 엄마 노릇은 처음이지?

작고 예민한 새 식구와 적응하기

2주간의 모유수유학교가 끝나자 저는 집으로 가야만 했습니다. 밤마다 조리원 간호사 선생님들이 아기와 함께 해주었는데... 이제는 까만 밤을 혼자 데리고 자야 합니다.

‘아..… 이제 앞으로 어떡하지?’ 한편으로 걱정이 되었지만 우선 집에 가는 것이 마냥 신났습니다. 집에 가면 왠지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큰 오산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산모들이 산후조리원 2주, 산후도우미를 2주를 쓴다길래… 저도 그렇게 신청했습니다. ‘그래! 아직 나에겐 산후도우미 2주라는 카드가 있어!’라는 든든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산후조리원을 나서서.. 처음 집에 입성하던 날이 생각이 납니다. 12월 초의 찬 바람으로부터 조막만 한 나의 아기 사람을 지키기 위해 겉싸개로 꽁꽁 싸매였습니다. 40여 분 도로를 천천히 달려, 조심조심 계단을 걸어 올라 3층 빌라 우리 집에 앞에 도착했습니다. "아가야, 여기가 우리 집이야" 하고 말하던 그날...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이제 우리 집에는 신랑과 나만이 아닌 한 사람이 더 살게 됐으니깐요. 이건 좋으나 싫으나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곧 뜻하지 않는 문제가 생겼어요. 당장 내일부터 오시기로 한 산후도우미가 못 오게 된 것이지요.;; 근데 뭔 베짱이였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산후도우미 없이 해 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남편은 출근을 하고, 혼자 아기를 케어했습니다. 완전 혼자는 아니었어요. 이틀 동안 엄마랑 동생이 잠시 왔다 갔다 해줬지요. 그런데 우리 모두 작은 사람 하나를 두고 허둥지둥합니다. 목욕을 시킬 때도 어떻게 시켜야 하나.. 손이 발발 떨렸습니다. '온도는 이쯤 되나? 이 순서로 목욕하면 되나?' 좀 만 서툴면 작은 사람은 애앵~ 찡얼 대기 시작합니다.

새벽엔 왜 이렇게 자주 깨는 거지요? 자다가 아기가 울어재끼기 시작하면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분유를 타러 가다가 넘어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기저귀 갈고, 수유하고, 옷 갈아입히고, 재우고, 달래고…. 진짜 얌전히 앉아서 수저 뜰 시간도 없었습니다. 대충 국에 밥 말아 입에 쑤셔 넣기 바빴습니다. 머리는 이미 산발에 아이를 안다 보니 땀은 자꾸 비 오듯 쏟아집니다. 옷은 수유 나시가 젤 편해요. 젖주기 편하니깐요. 정말 짐승 같은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사람하나 새로왔을 뿐인데 뭐 이렇게 삶이 확 달라지나요??


“이렇겐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수소문해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오셨습니다. 하.. 그분은 빛이었습니다. 능숙한 손길로 척 척.. 그분이 오시자 집은 안정을 찾았습니다. 산후도우미이모님이 계시던 그 10일 동안…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참 평안했지요.


도우미 이모님의 마지막 출근 날, “ 이모님.. 이모님 가시고 잘할 수 있을까요?”라는 걱정스러운 질문에 … 이제 아기가 한 달 정도 컸으면 엄마가 키워볼 만하다고 말씀해 주시고 웃으며 떠나셨습니다.


그렇게… 이제 집은 아기 위주로 돌아갔습니다. 청소도 신경 쓰고, 방 뜨뜻하게 불도 땠습니다. 밤에 통잠자지 못하는 아기 때문에 아기 잘 때 자고, 일어날 때 일어나야 하는 스케줄도 맞춰가기 시작했습니다. 밥도 아가가 얌전히 있을 때 후다닥 먹는 스킬이 생깁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어색하더라고요. 모성애가 부족한가 봐요. 많이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아.. 아기가 있는 풍경도 어색하고 , 그 아기가 울면서 나를 그렇게 찾아대는 것도 어색했습니다. 

“너는 누구? 나는 누구? 내가 니 엄마냐?….. “  아기가 우리 집에 적응하길 원하는 마음만큼 저 스스로도 아기가 있는 우리 집에 적응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서 와 엄마 노릇은 처음이지..?" 새로운 세상이 또 저에게 열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하루 새롭게 배워가는 상상이상의 엄마 노릇을 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신랑하고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거겠지요. 아기가 있는 우리 집 풍경.. 언제쯤 익숙해질 수 있을까요? 그때가 빨리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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