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의… 아니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다.
아기만 낳으면 모유가 퐁퐁 나올 줄 알았습니다. 아기 낳기 전에는 미리 엄마가 되었던 친구가 아기를 품 안에 안고 모유를 먹이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도 저렇게 모유를 먹이고 싶다.’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스스로 겪어보니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임신하는 것, 아기를 낳는 것,,, 어쩌면 그에 비할 정도로 저에겐 모유수유가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아기를 어떻게 안아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목도 못 가누는 조막만 한 아기를 이리 안고, 저리 안아 봅니다. 젖꼭지에 아기 입을 갖다 댑니다. 입을 오물거리고 먹으려고 해요. 하지만 이내 또 빠지기 일쑤입니다. 아기 입은 작고 젖꼭지는 입에 비해 너무 커서요. 서로 너무 낯섭니다.
산후 조리원.. 그곳은 나에게 ‘모유수유 학교’ 같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있던 곳은 다른 조리원보다 모자동실이 길었어요. 그래서 자주 붙어 있기도 했고, 또 모유수유가 좋다 하니 기어코 아기를 붙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유수유 연습을 합니다. 밖은 한 겨울인데도 아기와 나는 땀에 범벅이 됩니다. 한참을 먹인 거 같은데.. 아기가 여전히 배고프다고 울면 분유를 타서 다시 먹입니다. 그럼 아기는 꿀떡꿀떡 생전 처음 먹는 것인 양 잘도 먹었지요. 엥? 우리 1시간 넘게 모유수유 한 거 같은데? … 그럴 때면 좌절감이 밀려왔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모유수유 연습을 했던 어느 날.. 직장에 갔다가 늦게 조리원에 들른 신랑을 맞이하며 저는 엉엉 울면서 이렇게 말했지요.." 아기가 젖을 못 먹어... 흑흑"
풍족히 먹여주고 싶은데.. 배부르게 해주고 싶은데.. 젖은 잘 안 나오지, 가슴부터 겨드랑이까지는 딱딱하고 아프지....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초보 엄마는 식사 때마다 다른 엄마들에게 물어봅니다. " 젖은 잘 나오세요? 어떻게 해서 잘 나오세요?"
결론은 잘 먹고, 자주 물리는 것!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네요.
1년을 아기와 지내고 나서 알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젖물리는 것! 아기를 키우는 평생에 뭐 또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분유를 먹이 건 모유를 먹이건 엄마와 아기에게 좋은 방법을 찾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길게 보는 것, 아기와 나는 이 1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야 하니깐요. 긴긴밤, 잠이 안 와.. 모유를 풍족히 먹이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해 괴로워하고 슬퍼했던 나에게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괜찮아. 다 적응하게 될 거야. 그거 별거 아니야. 그리고 다른 엄마들이 그러는데.. 잘 먹고 잘 싸고 하는 그거 보다 나중엔 정신적으로 더 힘든 일이 온데.. 이건 초보 과정이래. 그러니깐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일찍 잠이나 자"